오가는 인생/ 사진 홍봉기

浮生正似隙中駒/ 得喪悲歡何足數(부생정사극중구/ 득상비환하족수)

君看貴賤與賢愚/ 畢竟同成一丘土(군간귀천여현우/ 필경동성일구토)

뜬 인생 참으로 쏜살 같이 지나가니얻고 잃음 슬픔 기쁨 어이 족히 헤아리랴.

그대여 보아라! 귀천(貴賤)과 현우(賢愚)를 가리잖고 마침내는 똑같이 무덤 흙이 되는 것을.

-원감 충지(圓鑑 沖止, 1226-1292), '시인(示人:대언자)'

맞다. 우리는 모두 부생(浮生)의 존재들이다. 이리저리 구름처럼 흘러 다니다 끝내 생을 마감하는 존재들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욕망과 교만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태세다. 변변치 못한 지식과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 명예로 천방지축 세상을 뒤흔들고자 한다. 그런들 생의 마지막이 오지 않겠는가.

아니다. 마지막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어느 老詩人의 말처럼 눈한 번 감았다 뜨니 저승 문 앞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되는 요즘이다. 오죽했으면 “눈감으면 사라질 것들, 눈 뜨면 덧없어라”라고 노래했겠는가. 그러나 가진 것이 많은 자는 이런 말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원감 충지는 우리에게 충고하고 있다. 제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필경에는 모두 무덤의 흙이 되고 만다고. 아무렴. 당신이 지금 그처럼 愛끼고 소중히 여기는 이생의 모든 것들도 결국엔 흙이 되고 말 것들이다. 여기에 바로 삶의 소중한 역설이 들어 있다. 허무하고 짧은 인생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인생을 직무유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당신이 아등바등하는 모든 것들도 뜬 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생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 보아라. 어제 핀 매화가 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져 또 이렇게 날리고 있다. 봄 속에 이미 가을이 스며 있듯 삶 속에는 또 죽음이 스며있는 것이다. 이처럼 짧은 찰나의 인생인데, 어떻게 함부로 낭비하며 살겠는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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