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이라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를 썼던 움베르토 에코가 84세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오래전에 그 책을 읽었었고 또 숀코네리가 주연한 영화도 보았다. 에코가 다루고자 한 것은 소설 자체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중세철학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보편성 문제는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어렵고 또 애매모호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출생과 동시에 교육을 통해 수많은 보편적 개념을 뇌에 축적한다. 학교를 이데아(관념) 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이런 개념을 취사선택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중세시대의 보편논쟁은 "보편적인 것"이 실재한다고 보는 실재론(또는 실념론)과 “보편적인 것"은 오직 이름뿐이라고 주장하는 유명론(唯名論)과의 대립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실재론자였으며, 신(보편자)이 세상을 창조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플라톤은 모든 실재는 이데아(관념)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실념론(realism)을 주장한 바 있다. 에코는 유명론에 좀 더 가깝다.

아무리 장미가 아름답다고 해도 결국 실재하는 것은 장미가 아니라 장미의 이름뿐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대부분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철학을 외면하겠지만, 우리 역시 이런 이데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왜냐하면 그릇된 관념(안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둥, 대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둥) 이라는 이데아 때문에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과 마찰을 빚기 때문이다.

아니,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지금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실재)과 관념(가치) 사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오가다 한 생애를 모두 탕진하는 불쌍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장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더  읽어 봐야 할 성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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