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번 설날에도 대부분 가정은 고도리를 치며 형제간의 우애(?)를 다졌을 것이다. 뭐든지 그렇겠지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가족 간의 화목을 위해 고도리처럼 좋은(?) 놀이도 없지 싶다. 필자 역시 이번 설날에 고도리를 쳤다.

솔직히 포커나 화투에 젬병이라 거의 하지 않지만 가족 간의 화목을 위해 참여해 본 것이다. 재밌는 것은 고도리를 통해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배짱이 큰 사람은 무작정 고(go)를 외치다가 독박을 쓰기도 하고 또 소심한 사람은 기본점수가 나면 스톱을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필자는 소심한 측에 속하는데 쓸데없이 고를 외치다가 독박을 쓰고 말았다. 내 그릇대로 적당한 때 스톱했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용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본 사람들은 화투(花鬪)라고 하지 않고 화찰(花札)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화투를 하나의 싸움으로 생각하는 데 반해 일본 사람들은 분위기를 위한 하나의 놀이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긴 소심한 일본인들의 성품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화(和)이니까 말이다. 

흔히 일본인의 정체성을 세 단어로 정리하는데, 기쿠바리(배려) 야사시(친절) 메이와쿠오(폐)가 그렇다. 이들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배려와 친절을 베푼다. 오죽하면 태어나자마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메이와쿠오 카케루(폐끼치지 말라)’ 라고 했겠는가. 그에 비해 우리는 무슨 놀이를 해도 꼭 내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고 또 몰입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늘 전투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에 먹힌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어쨌거나 고도리는 친목을 도모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참, 못 먹어도 고라고 외치지는 말자. 그러다가 쪽박 찬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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