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귀는 두 개다. 그러나 그것은 짐승들도 가지고 있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마음의 귀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사람은 마음의 귀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들을 문(䎹)자가 분변할 변(釆) 자와 귀이(耳) 자로 구성 된 이유다. 최근 들어서는 들을 문(聞)자가 더 많이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䎹 자가 먼저 만들어진 글자다.
 

요즘 쓰고 있는 문(聞)자는 물리적인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 강하지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뜻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옳고 그름을 분별하려면 마음의 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분별하지 못하면 갈등을 유발하고 또 관계가 깨지는 법이다.

그래서 논어 마지막 요왈편도 不知言이면 無以知人也로 끝을 맺는다. 말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마음의 귀로 들어야만 그 사람의 의중을 알 수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잘 듣는 사람이 제대로 된 물음을 던질 수 있고 그렇게 할 때 올바른 답도 구하게 되는 것이다.

참, 들어준다는 것은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어주듯이 마음의 짐을 들어 가볍게 해준다는 뜻도 있다.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이유다. 또 사실이 그렇다. 현대인들이 수 없이 카톡을 보내며 문자를 주고받는 이유도 실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달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한때 경청(敬聽)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하겠다. 특히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듣고만 있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령 상대방 말을 듣는다 해도 마음은 업무에 가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들을 청(聽)자에 마음 심 자가 들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자고로 심부재언이(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시이불견)하며, 聽而不聞 (청이불문)하며, 食而不知其味(식이부지기미)니라고 했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뜻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