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기습공격을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속수무책이다. 신문 마감 날이라 아침부터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점심때가 됐다. 보통 때 같았으면 이미 약속이 잡혀있었을 텐데, 전화 한통이 없다.

아마 추위 때문에 다들 사무실에만 짱박혀 있는가 보다. 옳거니, 이럴 땐 신문사 옆 ‘이체’ 사무실로 가면 된다. 좀 뻔뻔스럽긴 해도 점심을 굶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역시 먹을 복 하나는 타고 났다. 마침 날도 춥고 해서 국밥을 했으니 먹고 가란다. 부엌에서 펄펄 끓는 국밥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돈다. 모처럼 먹어 보는 진짜 국밥이다. 

음식이 비싸고 화려하다고 해서 다 진수성찬은 아니다. 이렇게 오순도순 둘러 앉아 먹는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진수성찬이다. 삶이 제 아무리 힘들다 해도 함께 국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만 곁에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게 되는 것이다. 나는 국밥을 삼키며 잠시 이진희 시인의 ‘삼거리국밥집’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거대한 우주의 한 귀퉁이/본래 나는 무엇이었을까/ 뜨거운 국밥을/ 휘휘-젓던 후후-불어 식히던 국에 말아 나온 밥을/ 허겁지겁 삼키던 당신은/ 국밥이란 우아하게 먹어선 안 되는 밥/당신도 나도 손과 함께 머리라는 것을 달고 태어나/한 번쯤은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에 화들짝 데이고 나서/묵묵히 마주 앉아 어쩌면 홀로 꿋꿋한 척 떠먹던/ 그 첫 숟갈을 기억할 것인데/지난날을 떠올리는 것은 머리인가 가슴인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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