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트렌드 변화의 주역 ‘내일로’
▲ 20대의 청춘열차 내일로
‘내일로’는 2007년 철도공사가 만든 티켓으로, 25세 이하만 이용할 수 있는 자유석·입석 전용 무제한 철도패스다. KTX를 제외한 전 열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으며 내일로 패스 5일권은 5만6500원, 7일권은 6만2700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대 청년에게 닷새나 일주일 동안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티켓은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발권할 수 있으며, 출발은 발권한 기차역이 아니어도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 이처럼 여름이나 겨울에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자유이용패스가 생기면서 매년 약 20만 명이 내일로를 이용해 기차 여행을 떠나는 등 기차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일로’는 ‘기차’를 뜻하는 영어 ‘레일(rail)’에, ‘길’의 뜻을 더하는 한자어계 접미사 ‘-로(路)’를 결합하여 만든 말인데, 소리의 유사성에 착안해 ‘레일’을 우리말의 ‘내일(다가올 앞날)’과 바꿔치기한 독창적인 이름 짓기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내일로’는 ‘앞으로’를 뜻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
||
| ▲ 청춘열차 내일로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 ||
내일로 패스가 나온 뒤 입소문이 퍼지면서, 내일로 패스로 여행 경로를 짜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생겼다. 기존 이용자들이 기록하고 올린 경험들이 인터넷과 SNS에서 꾸준히 축적됐다.
젊은이들은 내일러 선배들의 여행기를 참조해 자신의 기호와 관심에 맞게 경로를 짠다. 가이드를 동반한 예전 관광 풍토와는 상당히 달라진 점이 이것이다.
내일러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 바람
내일러들이 선호하는 남도해양열차(S-Train)을 타고 순천역에 정차하면 20대 젊은이들이 홀로 혹은 삼삼오오로 역 대합실과 광장에 가득하다. 이유는 순천은 ‘내일로’ 여행자들 사이에 필수 여행코스이기 때문이다. 내일러들의 성지는 순천이라고 말할 만큼, 순천은 내일로 덕택에 도시가 한결 활기차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일로 기차여행으로 순천과 여수, 충북 단양, 경북 안동 등은 도시가 훨씬 활기차졌고 도심 재생과 지역상권 활성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자동차와는 다르게 기차 타고 온 젊은 여행자들은 순천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SNS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순천 곳곳의 명소나 맛집들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찾아가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천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조태현 씨도 “여행하는 학생들이 순천에서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동차 끌고 오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지만 기차 타고 온 학생들은 순천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시내 곳곳을 오가는데 이들이 쓰고 가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고.
 |
||
| ▲ 내일러의 성지 순천역에서 펼쳐진 내일로 축제 | ||
특히 주목할 점은 순천 내에서도 구도심에 속하는 중앙동도 내일러 덕분에 전보다 더욱 활기차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본식 볶음밥 전문점 ‘오바상 라이스’를 운영하는 최경균 대표는 “여름철이나 겨울철 방학을 맞아 찾아오는 20대 손님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20대들이 SNS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나름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 할 때 내일로 티켓을 보여주면 일정금액을 할인까지 해주고 있어서 더욱 입소문을 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들이 우리가게만 들렀다 가는 것이 아니라 중앙동 시내도 구경하고 지갑도 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모텔들의 변모다. 순천역이나 여수역 주변으로 즐비했던 모텔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 하고 있는 것이다. 여수 덕충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서민자 대표는 “최근 들어서만 여러곳의 모텔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바뀌었다.
여수 엑스포역을 중심으로 몇 년 새 게스트하우스만 10곳 이상이 생겼고, 지금도 모텔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며 “모텔과 여관이라는 폐쇄적 숙박시설에서 게스트하우스라는 개방적이고 열린 숙박시설이 늘어가는 것은 지역의 상권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가서는 것이 요즘 추세다”고 말했다.
광양시 관광산업, 기대해 볼 수 있나?
내일로 붐으로 광양시 인근 지자체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또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광양은 여전히 물음표다. 그야말로 순천과 여수는 내일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순천시나 여수시는 자체적으로 노력을 상당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 ▲ 남도해양열차 S-Train의 정차역에 광양역은 포함돼 있지 않다. | ||
순천시는 넓지만 썰렁했던 역 앞 광장을 쉬어가기 좋은 정원처럼 꾸며놓고 역 앞 광장에 자전거 보관소와 대여소의 자전거 하루 1000원의 대여료를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며 역 광장에 있는 널찍한 관광안내소도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순천역 주변 거리는 과거 역 앞의 칙칙한 구도심 풍경에서 젊음의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여수시 또한 젊은 관광객의 기호를 충족하기 위해 지역 내 8곳에서 거리공연을 주최하고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70인 승 유럽형 2층 투어버스를 운행하면서 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순천은 소비도시의 타이틀을 벗고 순천만정원이라는 큰 볼거리를 앞세워 관광산업이라는 신성장동력을 찾아 발전을 꾀하고 있고, 여수시 또한 기존 여수산단과 함께 관광산업이라는 동반자적 신성장동력원을 찾아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에 있어 광양시는 갈팡질팡 몇 걸음 뒤쳐진 채 타 지자체에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내일로 홈페이지에서의 순천역, 여수엑스포역, 광양역을 단순비교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13년 남도해양열차(S-Train)가 광양역에도 정차하기로 했지만 승객이 적어 유야무야 없던 일로 돼버렸다. 광양역 측이나 시의 입장은 이곳이 향후 개발되면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현재의 광양시 관광코스로는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적인 자원은 더 이상 한계가 있고 이제는 시설자원으로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것마저도 쉽지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과 컨텐츠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며 “내일로가 미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도립미술관과 LF아웃렛이 건립되면 이와 연계해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구봉산 전망대의 관광상품화와 이순신대교 주탑 전망대 설치 추진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히 접근해 실패작이 없는 상품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내일로에 이어 해양수산부 역시 이를 모티브로 여객선 자유이용권 바다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광양시가 이런 정부의 시책과 발 맞춰 한 걸음 더 진보적인 발상을 해나가는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
조찬현 기자 pittzzang3@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