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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홀로 보길도 바닷가를 거닐었다. 섬에서 불어오는 갯바람과 소금기 절은 발이 쓰렵다고 우는 갈매기들은 모르스 부호 같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스쳐갔다. 어디 내 곁을 스쳐간 것들이 한두 가지뿐이었겠는가마는, 당신의 눈물과 상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마음을 스치며 지나갔다. 물론, 간혹 당신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잘 살면 됐지, 그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이 섬에는 태초부터 새들이 살았고 바람이 살았고 쓸쓸함이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도 끝내 어디론가 사라진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아마 우리 인생도 그럴 테다. 삶이 서러운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보길도 바닷가에 홀로선 채로 당신과 맺었던 눈물 한 줌 바다에 던지며 이렇게 여름 끝자락을 매만지고 있다. 부디 잘 가라, 뜨거웠던 여름이여! 잘 가라, 뜨거웠던 마음이여! 사진:백억선 작가 글 홍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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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는 인생이 아니라
‘밝’히는 인생을 살아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태풍 ‘고니’가 북상하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곤히’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그게 어디 이녁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잠시 눈을 창밖으로 돌리니 아무런 대책 없이 비바람에 떨고 있는 가녀린 나무들이 눈에 밟힌다. 요즘 어려운 경기로 인해 세상의 벌판에서 홀로 떨고 있는 당신역시 마음에 밟힌다.
하지만 이 비바람을 잘 견딘 꽃들은 아름다운 열매를 환하게 밝히듯 당신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매정함에 ‘밟힌다’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내 삶을 ‘밝힌다’고 생각하면 어떠실는지. 그런 당신을 생각하니 갑자기 조선 중기를 살다 갔던 송한필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어젯밤 내린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떨어졌구나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가련하다, 짧은 한 봄날의 일이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비바람 속에서 이렇게 왔다가는구나
그렇다. 이 세상의 모든 꽃도 때가 되면 지듯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찰나의 순간에 피고 지기 때문이듯, 우리 삶이 애절한 것도 짧은 한 순간을 살다가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당신이 흘리는 눈물과 한 숨이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봉기 기자
물결은 칼날이다
물결이 바람을 만나면
칼날이 되어 반짝이고
상처가 눈물을 만나면
칼날이 되어 번뜩인다
詩 홍석주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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