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라는 원인을 명쾌하게 밝힌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한 순간에 나빠지기도 한다. 갑자기 과거의 아픔이 떠올라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계속 될 때는 본인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기 쉬운 법이다. 외부적인 환경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좋은 증거다.

솔직히 기분(氣雰)이라는 단어 자체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래서 氣雰이라는 단어에 ‘안개 분(雰)’ 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물리적 안개가 물체를 가리듯 심리적 안개는 마음의 시야를 가려 감정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다.

기분에 대해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아직 뚜렷한 처방전은 없다. 기분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니 기분 그 자체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겠다. 다만, 날마다 이마가 빨래판이 된다면 그 땐 상담을 한번 받아 볼 필요가 있지 싶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아무리 마음수련을 많이 한 사람도 수시로 찾아와 괴롭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분이 무조건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알게 해주는 하나의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신호를 잘 읽어내게 되면 우리는 많은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유쾌한 기분은 감정에 끌리고, 울적한 기분은 생각에 끌린다는 사실이다. 좋은 기분은 그자체로 끝나지만 나쁜 기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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