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노인 중 취업희망자의 비율은 60.1%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며 저마다 특색 있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여전히 근시안적인 처방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도 역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나마 노인들 일자리 사업에 476억원을 투입, 작년보다 56억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또 노인일자리 사업의 급여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전체의 70% 수준으로 줄이고, 수익이 높은 시장 진입형 및 연중 일자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광양시는 지금 어떤 위치에 와 있을까?

 

광양시는 금년 3월부터 12월까지 폭염기 8월을 제외한 9개월 동안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총 1,05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 어르신들은 월 30시간 근무를 마치게 되면 2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되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260개의 일자리가 더 늘어난 것으로 이를 위해 시는 3억 6천만 원의 시비를 추가 확보해 국·도비를 포함해 총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은 광양시를 비롯한 3개(중마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광양시지회)의 수행기관에서 총 23개 사업을 실시하는데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활동’, ‘경로당 급식도우미 파견사업’, ‘체육 건강 체조 사업’ 등이다.

 

정현복 광양시장 역시 “지역의 어르신들이 사회참여와 소득활동 기회를 가짐으로써 약소하나마 경제적 자립과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노인일자리 2배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자리가 1회용 단발성에 그치고 있어 꾸준한 양질의 일자리와 전혀 무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아직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보다는 행적편의적인 발상에 근거한 보여주기식 일자리라는 비판이 제기 되는 이유다.

 

주일현 광양시노인회장 말에 의하면“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며“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을 하고 싶어도 70세 이상은 안 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며 “ 센터장이 일일이 기업을 방문해 60~70세 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다니는 데, 쉽게 일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올 노인 일자리사업에는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의 사회공헌형 사업과 공동작업형, 제조판매형, 인력파견형의 시장진입형 사업 등 6개 유형을 추진해 2만명에게 420억원을 지원했지만 사회 공헌형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사업의 8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경우 급여는 겨우 월 36시간에 20만원이 전부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구 2만3천만명 불과한 장수군은 올해 노인복지 분야에 25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나서고 있다. 장수군에 따르면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구 노인일자리) 분야에 총 40억원을 투입, 2550명의 노인들에게 경로당 환경개선. 老老케어, 실버자치경찰대, 엄마사랑 식당 운영, 참살이 식품 제조·판매 등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특수시책으로 겨울철 노인들의 균형 잡힌 영양 공급과 식사준비 어려움 해소를 위해 273곳의 경로당 중 동일 건물 내 경로당을 제외한 237곳의 경로당에 사업비 6억원을 들여 경로당 공동급식 전담도우미운영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수군의 만 65세이상 노인인구는 6700명으로 전체인구의 28.7%를 차지하고 있다. 익산시 역시 재가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복지예산 1389억여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무려 익산시 일반회계 예산의 18.7%에 해당하는 엄청난 예산이다. 가까운 순천시 역시 노인 복지 예산이600억을 훌쩍 넘어 광양시와 여러모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광양시는 현재 1만5천580여명의 노인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노인복지 전체 예산은 370억이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전년 대비 25%가 증가한 상태지만, 효율적인 관리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공공부문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불과하다. 노인일자리 사업 70%가 공공부문에 집중됐다. 하지만 시니어인턴십, 고령자 친화기업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노인 일자리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 노인 일자리 정책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서 무엇보다 정부의 지속적 예산 지원과 자치단체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당장은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고령자 친화기업을 육성하면 기업의 성장과 함께 고용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향후 계속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광양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광양시도 나름대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교육수준이 높은 어르신들 대부분은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놨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교육분야에 투입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않은 노인들은 그 마저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20년 후면 노령인구도 고급화되기 때문에,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엔(UN)은 총인구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이상 일 때 고령화사회, 14%이상 일 때 고령사회, 20%이상 일 때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는 OECD 선진국에서도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고도의 산업화시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자녀에 대한 인식변화 등 여러 사회적·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출산율 감소로 고령화 사회는 피할 수 없다 치더라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대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광양시는 고령화 추세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바꿔놓을 수 있도록 출산율 향상·유입인구 증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물론 초고령사회에 걸맞는 장기적인 노인복지 수립과 노인들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 노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 적응 프로그램 개발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고령자와 여성의 일자리 유지 기간 증대 및 이들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용 유형을 다양화하고 해외 전문인력의 유입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