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본인을 향할 땐 우울이 되고 타인에게 전가되면 폭력이 된다고 했다. 요즘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분노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이 습도가 높고 후텁지근할 때는 분노지수도 덩달아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너무 쉽게 화를 내고 너무 쉽게 생명을 포기한다. 아무래도 마음의 내구성이 허약한 탓일 게다.

지혜가 생기면 견디는 힘도 늘어나게 마련인데, 우리는 좀처럼 지혜를 구하는 데 인색하다. 그저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것만 즐겨 찾는다. 그렇다보니 신호등 앞에서 1초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들 마음은 얼마나 황폐화 되어 있을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어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병이 있는데 바로 ‘울컥병’ 이다. 음식점에서, 편의점에서, 신호등 앞에서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여과 없이 울컥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은 때에 맞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아무리 단감이 먹고 싶어도 감나무를 심은 지 3년은 지나야 하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책을 읽고 홀로 있는 명상의 시간을 자주 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모든 것을 생략한 채 다이제스트 한 지혜를 얻으려고 한다. 세상에는 속성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는 법인데도 우리는 그런 사실 조차 망각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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