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오늘이 입춘(立春)이다. 말 그대로 비로소 봄이 서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난 겨울이 생각보다 훨씬 추워서 그랬는지, 다른 때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간절한 모습이다.

입춘을 맞은 요즘 여기저기서 입춘첩 써주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부분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글씨를 써서 대문이나 현관에 붙인다.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불렀다.

사대부 집에서는 흔히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쓰기도 하는 등 봄을 정성스런 마음으로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풍습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우리민족만의 전통이지만, 우리 조상들은 4계절 중에서도 특히 봄을 중요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따라 1년 농사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성리학의 대가였던 주자 선생도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 즉,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질 테고.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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