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의 효자 다문화가족

지난 1월 중순 광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손경화 교수를 만났다.지금까지 다문화가정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손 교수와의 대화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충격이기도 하였다. 우리 광양시에는 현재 6백여 세대의 다문화가정이 있고 등록되지 않는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다민족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의 주원인인 저출산 문제와 외국인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손 교수와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구의 감소는 노동력의 질적, 양적하락 문제를 낳고, 이로 인한 국내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서비스시장의 붕괴와 자산시장의 폭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6-21세의 학령인구는 2010년 990만 명에서 2050년 460만 명까지 급감한다. 현재의 초등학교 2학년 아동이 대학에 입학할 시점이 되면 국내 대학의 상당수는 입학생 부족으로 재정결손의 폭탄을 맞게 된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서울지역의 유치원 30%가 폐업하였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행해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는 성공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위해 15년 동안 매년 원화 기준 44조 여 원을 투자하였고, 우리나라도 강진군의 경우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저출산 문제와 함께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다문화가정의 꾸준한 증가이다. 고흥군의 경우 이미 초등학교의 과반수가 다문화가족 어린이들로 구성되어있다. 급속하게 진행되던 저 출산의 문제를 다문화가족이 일부 상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손 센터장은 자랑스럽게 설명하였다.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은 자녀 개개인에 대한 별도의 학습지도로 어휘 ? 구문발달 촉진, 대화 ? 사회적 의사소통능력 향상, 읽기 및 이야기하기 등의 교육을 통해 또래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도록 언어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또한, 결혼이민자들은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학력을 보강하고자 중학교, 고등학교 학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그 결과로 작년에는 검정시험 합격률 100%에 도달하여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직접 듣고 있노라니 필자는 머리끝에 전율을 느끼는 감동을 경험하였다. 내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그 해결책을 몰라 고심할 때 사회의 다른 부분에서는 다문화가족에 대해서 이렇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그들을 우리사회의 주류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손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다문화가족의 정착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20여 년 전 브라질에서 주재소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이 가정 적은 나라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리우데자네이로 국제공항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필자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난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택시 기사가 손님의 허락을 받고 정차하여 필자에게 상황을 묻고는 다음 차량을 불러서 지원해 주도록 알선해 주었던 친절함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낯선 이방인에게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고 아주 당연한 듯이 도움을 준 그 택시기사를 통해 그런 친절함이 서로 다른 민족들이 더불어 사는 원동력임을 알게 되었다. 그 나라는 축구이야기만 하면 모두가 친구가 되는 이상한 나라이면서도 또한 다문화 감수성을 가진 이웃들이 서로에 대해 배려와 이해를 베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를 가진 그런 나라였다.

통계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전체 노동시장에서 고령노동자가 29%정도, 외국인 노동자는 36%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다문화가족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구문제는 고령화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도 함수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단일 민족의 자부심을 고집하지 말고 변화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고 그들과 더불어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이에 우리 포스코 제품운송 협의회는 광양제철소 프랜즈 봉사단의 활동을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대한 재능기부, 노력봉사, 금전지원 등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책무에 소홀하지 않은 광양시의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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