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사로 한 제보자가 찾아왔다. 제보자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지만 애써 마음을 억눌러가면서 광양시의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마을의 발전을 위해 공동사업을 하나 추진하려고 하는데, 모 시의원이 사사건건 방해하는 바람에 사업자체가 계속 부결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도 답답해 다른 시의원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 시의원이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좀 이해가 가진 않겠지만, 아무리 10명의 시의원이 찬성해도 1명의 지역구 시의원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어쩔 수 없다” 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하고 확인을 해봤더니,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 음식점에서 이 말을 꺼냈더니, 한 친구가 하는 말이 “아니 시의원이 무슨 베슬이야? 기껏 주민들 잘 섬기라고 뽑아놨더니, 주인 노릇을 해? 그런 시의원은 다음 선거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지”라며 덩달아 흥분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광양시의회의 현주소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물론 다른 시의원은 그렇지 않겠지만, 꼭 몇몇 시의원들이 목에 힘을 주며 주인노릇을 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시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고개를 숙이며 환심을 사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일단 당선이 되면 태도가 싹 바뀌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기를 반대했다고 해서 정당한 사업권을 일부러 부결시키는 행위는 정말 비겁하고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시의원입장에서는 정당하다고 주장을 하겠지만, 앞뒤 정황을 높고 보면 누가 보더라도 감정적인 대응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긴 심사가 한 번 뒤틀리면 끝까지 뒤틀리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시의원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가슴의 파이를 키워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도 끌어안아야할 책임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시의원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주민들을 괴롭히거나 발목잡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 유치한 짓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지, 그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이익이나 또는 감정을 푸는 도구로 악용하라고 선출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有勢莫使盡 (유세막사진)하라. 勢盡寃相逢 (세진원상봉)이니.” 말 그대로 “권세를 가지고 있다하여 다 쓰지 말라. 권세를  다 누리고 나면 서로  원수가 되어 만나기 때문이다” 굳이 시의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살아야할 문장이지 싶다. 힘을 함부로 쓰게 되면 분명히 뒤  탈이 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