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 호 국립순천대 박물관장

지난 천년은 세계 각 지역 문명이 하나로 뭉쳐지는 시대였다. 서양의 크리스트교 문명, 동양의 유교와 불교 문명, 이슬람 문명과 그 외 세계 각지 문명들은 따로 따로 발전하였다. 이 문명들은 몽고제국을 중심으로 한 13세기 세계체제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하나의 틀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교통혁명, 통신혁명, 정보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세계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여러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화 추세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지구화라는 개념은 처음에 경제사가들이 사용하다 세계시장의 형성이라는 문제를 넘어서 최근에 역사서술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국적 국가사나 민족사만을 연구하던 기존과 다르게 비교사와 교류사관점에서 지구화를 새롭게 보려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역사학자 오스터 함멜은 지구화를 "세계적인 연관성의 구축, 심화 그리고 의미증대"라고 정의한다. 그는 지구화와 함께 그 다수가 민족사가였던 역사가들 사이에 서서히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본다. 이처럼 지구화는 보다 넓은 컨텍스트 속에서 역사학의 방법론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거나 역사서술과 역사교육의 지평을 확대하는 촉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서양사학계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서양학자들이 주체적 입장에서 지구화 관점에서 진정한 세계사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유럽중심주의 세계사 문제를 집단적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전환점은 2006년 4월에 한국서양사학회가 주최했던 ??우리에게 서양이란 무엇인가: 유럽중심주의 서양사를 넘어??라는 학술대회였다. 이후 유럽중심주의 역사를 한국이나 동아시아 입장에서 새롭게 접근하려는 집단적인 시도들이 아시아세계사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2년 4월에 국내에서 ‘아시아의 글로벌 교환 네트워크’와 ‘아시아의 대안적 근대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제2회 아시아세계사학회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교과서나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지구화문제를 반영해야할 필요성과 지구화 시대에 걸맞은 역사교육의 강화에 대한 공론이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역사교육의 세계사적 전환을 선언하면서 한국사의 지역사적?세계사적 맥락화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사를 통한 역사교육의 강화냐 통합적인 역사과목을 통해서냐는 형식상의 문제가 우선 순위였고 교육내용의 진정한 세계사적인 전환을 위한 논의의 진전은 진행되지 않았다. 세계사 교육의 취약성에 대한 지적과 세계사 교육의 강화 논의가 있어왔지만, 세계사 교육현실과 위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현재 역사교육의 강화를 둘러싼 논의 역시 그것의 출발점을 이룬 지구화 시대에 맞는 역사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즉 그 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 없이는 공론상의 강변에 그치게 될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국내 및 주요국가의 지구화 관련 역사학계의 논의와 쟁점,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지구화가 각국 역사교과서에 실제 어떻게 투영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
지구화문제를 역사교과서나 역사교육과정에 반영했던 독일·미국·영국·프랑스 같은 구미지역 국가들은 이미 일찍이 제국주의 식민지 문제와 내부 이민문제, 기술 확산, 환경 등 지구화의 문제가 역사연구와 역사교육과정 반영에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구미지역 국가들의 다양한 경험은 한국에서 지구화문제를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에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진행되었던 지구사와 관련된 역사학에서의 논의와 연구동향을 분석?정리하여 그 의미를 밝히고 각국의 역사교육, 교육과정, 교과서 및 부교재에서 지구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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