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詩人이 되어 보자

子曰 時三百을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하니 曰(왈) 思無邪(사무사)니라.
“시 삼백 편을 한 마다로 포괄한다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공자님은 이런 말씀도 남기셨다. ‘興於詩(흥어시)。立於禮(입어례)。成於樂(성어락)’ “시를 통해 일어나고 예를 통해 확립하며 음악을 통해 이루다"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참으로 옳은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를 말하는데, 시는 우리 본성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특함이 있을 리가 없다. 요즘 시대 사람들이 자꾸 불행하다고 스스로를 느끼게 되는 것도 다 마음의 소리를 시로 승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詩라는 한자를 파자풀이 해보면 더 큰 의미가 있다. 말씀 言에 절 寺자다. 시는 언어의 사원과 같은 셈이다. 사원에서 쓰는 언어가 정결하고 맑듯이 시의 언어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자님은 2천 년전에 시의 중요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현대인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시가 필요하다. 시는 우리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옛 성현들이 그처럼 시를 짓고자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시는 관찰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예컨대 낙엽이라는 시를 한편 쓰기 위해서는 낙엽을 뚫어지게 관찰해야 가능해진다. 낙엽의 색깔은 물론 이거니와 그 낙엽이 떨어질 때 내는 가을의 소리를 놓치지 않는 게 바로 시가 하는 역할이다. 시인이 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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