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소리꾼 ‘당신이 최고 입니다’

지난 달 30일 광양시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제5회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가 열렸다. 남해성 명창은 1935년 광양시 진상면에서 출생했다. 2012년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수궁가)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은 광양의 소리꾼 남해성 명창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것을 배울 수 있는 고정 프로그램 필요
갈수록 열기가 더해지는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 올해가 5회째인데 경연대회에 무려 72명이 신청해서 예심을 거쳤다.
“초, 중, 고등부와 일반(대학부)부, 신인부로 나뉘어 예심을 거쳤는데 72명이 접수했습니다. 갈수록 많은 소리꾼들이 판소리 대회에 참가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요즘 젊은 아이들은 서양문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 것을 알리고 우리 문화를 배워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KBS국악한마당 같은 방송이 있지만 방송매체에서 판소리나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고정 시간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쉽게 판소리를 접할 수 있으며 자주 들어야 제대로 된 우리 것을 이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우리 소리를 많이 배우고 익혀가기를 바라며 젊은 후배들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우리 소리 보급에 앞장 서겠습니다.”
소리의 맥을 이어나가고 후진 양성을 위해 매화축제 기간 중에 열리고 있는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올해는 초등부에 산청 신안초 김나윤, 중등부 산청 단성중 김란이, 고등부 광주예고 김우정, 신인부 양주시 삼숭동 송재호, 대학(일반)부에 서울 구로구 최형선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3대가 한자리에 섰다
“나이 들어 갈수록 고향이 그립고 고향에 오면 포근함을 느낍니다. 고향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하며 내 고향에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옛 말에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 말이 실감난다는 남해성 명창, 남 명창은 지난 달 30일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수궁가) 예능보유자 축하기념 공연을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졌다.
“축하기념 공연에 신영희(국가중요무형문화재), 이순단(전북중요무형문화재), 정순임(경북중요무형문화재), 이은하 김화자(대통령상수상자) 등이 함께 출연했는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해줘 감사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아들인 한세현(피리, 국립국악단), 손자 한별(아쟁)이와 나란히 한 무대에 출연해 3대가 한자리에 섰습니다. 가족이 같은 길을 걸으며 한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남 명창은 고향의 후학 양성을 위해 학교 등을 찾아가 판소리 등을 전수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고향에 와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고 우리 것을 보급,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실 창극 등 다양한 우리 것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광양시립국악단을 만들었는데 방향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아쉽기도 합니다. 고향에 와서 전수해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어도 그럴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찍 소리를 접한 남해성 명창
다른 이들보다 일찍 소리를 접했다는 남해성 명창,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언제 소리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여덟 살이라고 했었는데 그 당시 앞집 건너 앞집, 혹은 한 고개만 넘으면 꼭 명인이 있는 그런 곳이 전라도였습니다. 나라를 잃어버린 민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치욕의 한을 소리로 풀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요. 소리를 하던 할아버지의 소리가 귀에 닿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고 그 때 나이가 여덟 살이었던 것 같아요.”
남 명창은 성음이 아주 곱다는 칭찬을 자주 들으면서 소리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저는 소리가 좋았고 소리를 하는 무대가 좋아 강도근선생님에게 소리를 처음 배웠습니다. 고수로 유명한 강도근 선생님은 송만갑제를 계승한 분이셨지요. 강도근 선생님에게서는 소리 만드는 법을 배웠고 박봉술 선생님께는 삶의 희노애락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연극을 배웠습니다.”

박초월 그리고 남해성
남 명창은 17세 때 국악사에 입문하여 김소희, 박초월 선생을 만났다.
“4년 동안 홍보가 전 바탕을 사사 받았습니다. 전쟁 중이라 시절은 어려웠으나 제대로 소리를 내는 공부를 하게 되어 희망찬 시절이었지요. 1955년 20세에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장화홍련전에서는 홍련을 맡았고 춘향전에서는 춘향을 심청전에서는 심청의 역할을 하며 소리를 뽐낸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가장 고운 청춘 시절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소리꾼 남해성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수궁가는 1976년 박초월의 후계자로 명실공이 이수증을 받기에 이른다.
“수궁가를 배워 국립창극단에서 토끼역을 처음 맡게 되었는데 그때의 무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3번의 앵콜 공연을 할 만큼 뜨거운 반응은 나를 최고의 무대로 이끌어주었으며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한 때였습니다. 이후 토끼역은 내 것이 되었지요. 1976년 5월 브리테니커홀에서 판소리 수궁가 발표를 하여 내 이름 석자 남해성을 명창의 반열에 올리는 기회가 왔고 고전국악전집 출반에서 1시간짜리 남해성 수궁가 전집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출반된 것은 무척이나 감격스럽습니다. 그리고 2009년 9월 고향 광양에서‘제1회 남해성 전국판소리경연대회’ 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소리꾼으로 살아온 내 인생을 후보들에게 전승하고 고향에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 광양에 소리를 보급하고자 합니다.”
어릴 때부터 소리꾼으로 살아온 인생이었기에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해성 명창의 성음은 지금도 마치 장대 끝에 매달린 줄 위의 춤꾼의 버선발처럼 신명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필
▶1952년 국악사 입단
▶1955년 김소희로부터 홍보가 사사
▶1963년 김소희로부터 춘향가 사사
▶1964년 김연수로부터 홍보가 사사
▶1968년 박초월로 부터 홍보가 심청가 춘향가 사사
▶1971년 3.1절 행사 일본 순회공연
▶1972년 박초월 문하생 수궁가 사사
▶1973년 홍보가 독창회
▶1973년 조상현으로부터 심청가 전 바탕 사사
▶1976년 박초월제 수궁가 이수증 받음
▶1985년 남원춘향제 제12회 전국판소리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
▶2008년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 상 수상
▶2009년 (사)광양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 개최
▶2012년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수궁가) 인정
▶현재 남해성 소리문화원에서 제자 양성 중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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