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03호인 중흥산성쌍사자석등
중흥산성쌍사자석등을 감상하기 위해 광양역사문화관을 찾았다. 이 석등은 8세기경 통일신라시대 걸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있는 석등은 모조품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모조품을 대할 때 기분이란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진품은 국립광주박물관에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유물이 바로 국보 제103호인 중흥산성쌍사자석등이다. 광주박물관은 1970년대 신안앞바다에서 인양. 발굴한 수많은 중국 송(宋), 원(元)대의 도자기를 전시하기 위해 신축된 박물관이다. 당시 2대 광주박물관장으로 취임한 지건길 관장은 중국제 도자기 외에 전남을 대표할 유물이 1점이라도 있어야 하겠다고 판단하고 이 석등을 박물관으로 옮겨오게 됐다.
비로소 광주박물관 최초 국보 1점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석등은 참으로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 석등은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중흥산성 내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절터에 3층 석탑과 함께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사람 손을 타고 말았다. 당시 중흥산성이 있는 옥룡면 옥룡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후원회에서 기금을 마련하고자 이 석등을 땅 주인과 상의도 없이 부산의 골동상에게 매각하기로 했던 것이다. 골동상은 이 석등을 대구의 부호인 이치다(市田 次郞)에게 팔려고 했는데. 석등의 가치를 알아 본 결과 자신들 예상가 보다 7~8배 많아 오히려 놀라게 되었고 결국 군청 당국과 이 일을 상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적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매각은 포기하게 되지만, 이듬해 대구의 유명한 골동품 수집가와 부산 골동상의 사주로 이 석등을 몰래 분해하여 옥룡면사무소 앞으로 옮기다 주민들에 발각돼 석등 반출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이곳저곳을 떠돌던 이 석등은 경복궁 자경전 앞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있던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다시 옮겨지게 되는 등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았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이 1972년 경복궁(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다시 1986년 옛 중앙청 건물(조선총독부 건물)로 옮겨갈 때 이 석등도 따라 이사를 해야 했다. 이 석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힘이 생기고 용기가 솟구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13년 새해를 맞아 반드시 둘러봐야 할 것 중의 하나인 이유다.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