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순천하늘씨앗교회목사

서서히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가을이 맞긴 맞나 보다. 근심 수(愁) 자에 왜 가을 추(秋)자가 들어 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휴가 때 오히려 더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동안 70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수 천권의 책을 읽었고 또 번역까지 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 중의 대부분의 책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은인인 셈이다. 어떤 책은 나의 가슴을 울렸고 또 어떤 책은 나로 하여금 분노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책들은 결국 내 영혼의 자양분으로 자리를 잡았고, 내 마음의 스펙트럼이 돼 아름다운 삶의 빛깔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오죽하면 하느님도 한권의 책이 되어야 했겠는가. 아니 부처님도, 공자님도 책이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그들의 정신과 지혜는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 독서의 가장 큰 가치는 바람직한 인간을 만드는 데 있지 싶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들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독서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넓혀 가면서 자신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므로 인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수양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자기 수양이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힘을 가지게 되면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제대로 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검을 들고 설치는 것과 흡사하다. 또한 독서는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만들어 준다. 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했을 것이고 정의는 사장됐을 것이며 철학과 자연과학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아니 빌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중요한 게 독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낙엽이 곱게 물들어가는 요즘의 산천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을 보다 더 아름답게 채색하기 위해 책을 가까이 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이 가장 낮다는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지만, 지금 바로 나부터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일이 중요하지 싶다. 아니, 자신을 책만 보는 바보 즉,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던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가 부럽기 짝이 없다. 혹 마음의 곳간이 텅 비었다고 느낀다면 지금 당장 책을 펼치기 바란다. 독서는 당신의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윤기(潤氣)나는 인생, 당신도 원하는 바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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