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희 광양여성작가회장

조그마한 시골에 안식처 같은 화실이 있다. 말이 화실이지 마음의 휴식처 같은 시골의 풍취가 짙게 베인 그런 작은 공간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에서 필자는 이상한 점을 몇 년 동안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르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계표처럼 나의 뇌리에 정리되고 목차로 남아있게 새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나무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이름 모를 새까지도 안식처를 짓고 사는 그 곳은 그야말로 공기청정하고 속세와는 단절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런데 오는 친구들, 손님들이 조용하고 정겨운 음악도 듣고 맛있는 삼겹살도 구워 먹으며 저마다들 좋은 공기 마시며 얼굴색이 환하게 바뀌어갈 무렵 다들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있다.“아 기분도 좋고 한숨자면 딱 좋겠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슬슬 잠이 온다” 물론 식후에 잠이 온다는 사실은 누구나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러나 한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고 대부분 그러하니 도대체 수면제를 먹이지도 음식에 넣지도 않는대도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무릎을 탁치며 깨달은 사실은 화실벽 아래 빼곡히 공간전체를 폼 내고 있는 그림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필자가 그린 그림은 주로 시골 풍경이다. 소도 있고 산수유도 있고 계곡도 있으며, 그 밖에도 꽤 시골풍경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주로 사용한색이 튀어나지 않는 초록계통과 갈색들이 대부분 쓰였다. 정말로 소박한 풍경에 색깔조차도 눈에 띄지 않는 물감으로 채색되다 보니 정겨움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그림에 있어서 녹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의 색이며 풍요로움, 젊음 ,신선함, 희망, 안정, 안락함을 의미 한다고 한다. 그러한 색의 효과는 고요함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어 인간을 치료하는데 효력을 지녔다고도 한다.
또한 갈색은 심리적으로 충동과 억제의 중간적 입장에 있는 색상으로 볼 수 있다. 활력 있고 감각적 느낌을 주기도 하며 심리적인 저항을 나타내며 자기주장과 관찰력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나 흙을 만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치료효과를 지닌 색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암튼 이런 순수하고 안정된 색감들의 그림을 보며 오는 손님들마다 시골풍경에 도취되어 구들장에 따뜻한 아랫목을 자신도 모르게 추억을 새기며 그리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보면 그냥 슬슬 자신도 모르게 잠이 오는가보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휴식처 같은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이 주는 효과는 이렇듯 수면제처럼 최면을 걸어 고향의 엄마의 품을 연상시켰는가보다. 나 또한 힘들 때면 그림을 보며 내 마음의 안정을 찾곤 하니까.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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