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으로 탈바꿈을 마친 광양읍

◀1989년 광양읍 5일시장 모습

30여 년 전, 설날과 추석이 돌아올 때면 선착장(船着場)에 나가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하동장에서 먹을 것과 옷가지들을 사가지고 오셨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들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하나 같이 귀한 것들이었다. 차고 넘치는 것 보다 약간 부족해야 사람은 행복감을 느낀다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요즘이다. 특히 새 운동화는 일 년에 몇 번 구경하지 못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어쩌다가 새 신발을 신을 때면 혹시나 흙탕물이 튀지는 않을까, 조심에 또 조심하곤 했다. 지금이야 추억처럼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어머니는 없는 형편에 이것저것 장만하시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그러잖아도 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이렇게 화려한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데도 자꾸만 허기가 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먹을 게 차고 넘치고 입을 것 또한 지천에 깔려 있는데도 마음의 시장기는 채울 길이 없다. 그렇다고 가난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광양시는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참 많은 게 변했다. 특히 재래시장은 하나 같이 현대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식,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그러나 왠지 답답하고 정이 없어 보인다. 시장은 자고로 왁자지껄해야 하는데 그런 맛이 없다. 건물이 사람의 정서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틀림없나보다.

옛날 방식의 시장은 오래된 정서가 숨 쉬고 있지만, 현대식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 그런 정서까지 구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광양읍 시장도 현대식으로 탈바꿈을 마쳤다. 우리는 실용주의라는 이름에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고집스럽게 지킬 필요도 있는 법인데... 하긴 나부터도 그러고 싶은 의욕이 없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또 추석이 돌아오고 있다. 시장은 모처럼 대목을 맞아 북적거리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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