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본지 대표이사/발행인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 위원회는 여수.광양. 순천 등 16개 지역 36개 시.군. 자치구의 합병과 대도시 74개 자치구.군의회의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체제 개편안을 지난 6월13일 발표했다. 이에 광양시는 도시통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장담을 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물론, 행안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몇 곳을 시범 삼아 통폐합 했지만 많은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지방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주민 수를 현재 1만3400명에서 2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 최대(평균인구 22만 명)의 기초지방자치단체 규모를 대폭 확대해 자치행정에 대한 주민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하고 주민 참여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 또한 크다 하겠다. 마산·창원·진해의 통합도 결국은 크고 작은 마찰 때문에 원상복귀 하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행안부가 재정 인센티브라는 당근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종전 3개 시가 받았던 특별교부세도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기초자치단체를 적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줄어드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행안부는 통합에 대해 장점과 희망만을 홍보할 뿐 문제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하겠다. 그리고 이런 도시 키우기는 지방자치제의 목적에도 크게 위배되는 행위이다. 국가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면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시·군 통합을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정치는 효율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다. 바로 지역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스스로 해결할 것인가는 지방자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정책 결정권 보장과 자주 재정권 부여 등의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효율성만 갖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독이 되어 더 큰 지역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광양시처럼 도농복합도시는 오히려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고 효율성만 가지고 통합을 강제한다면 수많은 갈등비용을 덤으로 져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경제시스템이 불안 한 것도 대기업위주 경제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은 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하나가 무너진다고 해도 큰 파장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하나가 흔들리게 되면 나라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불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통폐합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통합을 시킬 게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재고해 경쟁력 있는 도시로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해보라. 부모가 강제적으로 시키는 결혼은 파경을 하게 된다는 사실,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것 보다 처음부터 해서 안 되는 결혼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하겠다. 강제적인 통합은 지역 간의 갈등만 부추겨 사회적인 비용만 지출하게 만들뿐이다. 현재도 여수나 순천 그리고 광양시도 민선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 여수시는 여천군이 순천시는 승주군이 동광양시는 광양군이 하나로 통합 됐지만 아직까지도 지역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도시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의 생각엔 도시 통합의 소모적인 지역간의 마찰로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리게 하는 정책보다 큰도시는 큰 도시대로 작은 도시는 작은 도시대로 지역적인 특성을 충분히 살려 강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 도시는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시정 방향을 수립해 간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제의 생존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세력에게 얼렁뚱땅 사탕발림식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먹이사슬을 사냥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풀뿌리 지방자치의 근간은 유지한 채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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