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 홍 조선대 교수

통영 초등학생 피살사건과 제주 올레길 여성 피살사건이 동시에 발생하자 정부는 성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성범죄에 대한 징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문 등 대중매체는 우리나라의 성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실제로 최근 죄백서에 의하면 2000년도 약 1만 건이던 성범죄가 2010년 거의 2만 건으로 증가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성범죄 건수가 무려 두 배나 증가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과연 10년 동안 성범죄의 양이 실제로 두 배나 증가했을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나 가족은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한다. 여권이 신장된 미국의 경우도 전체 성범죄의 25% 정도만 경찰에 신고 된다고 한다. 여성의 정조가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찰에 신고되는 성범죄 건수는 전통적으로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의 의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왔고 더불어 경찰,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조사시 편익 및 비밀의 보장 등 다양한 범죄피해자 보호 시책을 꾀하여 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최근 들어서 성폭력 피해자 등이 피해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 추세다. 다시 말해, 통계상 지난 10년간 성범죄의 증가는 실질적 범죄건수의 증가를 의미하기 보다는 범죄피해자들이 더 많이 신고를 하기 시작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성폭력범은 김길태나 조두순 등의 극악무도한 자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의 국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타인에 의해 행해진 성폭력 사건은 전체 사건의 9.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가족, 친척, 지인, 회사동료, 또는 데이트 상대에 의해 행해졌다고 한다. 특히 데이트 상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명 데이트 강간이 전체 성폭력 사건의 25.3%로 가장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데이트 강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데이트 강간으로 체포된 남자들의 대부분은 여자가 성행위를 원했고, 여자도 강간당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자신들이 강간행위를 했다고 항변한다. 일부 보통 남자들 중에서도 ‘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강간당하기를 원한다’라고 믿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잘못된 믿음이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인간의 심리는 오랜 진화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되어왔다.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남자와 여자는 성과 관련하여 전혀 다른 심리적 기제를 갖게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궁극적 목적은 생존과 종족번식이다. 종족번식을 위해 원시남자가 담당해야했던 부분은 성행위 자체에 불과했다. 더 많은 종족번식을 위해 원시남자는 성행위 이후 곧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났을 것이다. 이에 비해 원시여자는 9개월간의 가임기간과 출산, 그리고 장기간의 모유수유를 담당해야 했다. 가임기간 동안 원시여자는 무거운 몸 때문에 사냥을 할 수도, 높은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과 아이를 지켜줄 남자 없이는 맹수의 공격에 취약했을 것이고 누군가 대신 사냥을 해주지 않는 한 결국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한 번의 성행위는 원시남자에게는 종족번식의 목적을 달성시켜주는 즐거운 행위였지만 원시여자에게는 자신과 아이의 죽음이라는 심각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행위였던 것이다. 따라서 기나긴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여자들은 자신과 아이를 지켜주고 오랜 기간 동안 사냥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헌식적인 남자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남자와는 함부로 성행위를 하지 않게 되었고 또한 그러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성관계를 미루려는 심리가 형성되었다. 미국에서 행해진 한 실험도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연구자는 잘생긴 한 남자에게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100명의 젊은 여성에게 다가가 “정말 매력적인 분이군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랑 호텔에 가서 성행위를 하시겠어요?”라고 묻게 했다.
마찬가지로 미모의 한 여자에게는 처음 보는 남자 100명에게 같은 질문을 하게 했다. 그 후 그들의 반응을 비교하여 보았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극심한 모멸감과 불쾌감을 느낀 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우월감과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문제는 남자들이 이러한 진화적 차이점을 모른 채 여자들도 남자와 같은 종류의 심리를 가졌을 것이라고 유추함에 있다. 적어도 중·고등학교의 성교육 시간에라도 이런 성과 관련된 남녀 간의 진화심리론적 차이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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