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락 문화유산 지킴이

근래 필자 집 마당(광양읍) 정원에서 옛 기와덩이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 이 기와는 광양역사문화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데, 아직 이 기와에 대해서 뚜렷한 학술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기와는 여려 겹의 기와가 높은 열을 받은 듯 서로 엉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며, 기와 바닥 면에는 “마로관(馬老官)"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야릇한 감흥과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무릇 우주만물의 생성이나 모형이 우연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기와덩어리도 나름대로 숨겨진 비밀이 있을 텐데, 그 사실을 전하는 기록을 찾을 수 없고 또 고고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그 궁금증을 풀길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 역사적인 지식을 동원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해 보았다. 먼저 그 기와의 외형을 대강 살펴보면, 평기와 혹은 수키와 십여 장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며, 수키와 네 다섯 장이 같은 방향으로 포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왓장을 굽다 보면 이런 일이야 흔히 발생하겠지만, 문제는 천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도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눈여겨 볼만 한 것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마로관(馬老官)이라는 글자다. 문자는 봉인(封印)된 역사의 비밀을 푸는 열쇠와 같다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마로란 백제시대에 사용된 광양의 또 다른 지명이었다. 마로라는 글자를 좀 더 다양하게 해석을 해 보면 이렇다. 마로는 정상(頂上)을 뜻하는 ‘마루'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며 또한 ‘마르다'(乾)의 어간 형태를 이두(吏讀)로 표기한 말로 ‘밝은 곳', ‘해 뜨는 곳'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후일에 희양(晞陽)과 광양을 뜻하는 원조가 되는 셈인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 할 게 있다. 희양(晞(陽)이라는 한자는 ‘마를 희(晞)' 자 보다는 햇볕 희(曦) 자가 더 올바른 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관(官)자다. 이 한자는 ‘벼슬'이라는 뜻 외에 ‘관공서' 나 ‘국가로부터 지정 받은 물건을 만드는 장소'를 뜻하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백제 당시 관직에 관(官) 자를 쓴 예가 생소한 것으로 봐서, 이 관(官) 자는 ‘마로마을에서 기와를 제작관리하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싶다. 또한 마로산성에서 수습된 기와 조각 중에 “군역관(軍易官)" 이라고 새겨진 문자가 발견되고 있는데, 옛 기록에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군쇠가 제작 관리 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로산성은 마로현의 중요 행정관청이 있던 곳이거나 행정관청을 방어하는 시설일 것으로 받아 드려지고 있는 게 정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감히 추측해 보건데, 어쩌면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이 주변이 당시 기와를 굽는 장소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란 것도 알고 보면 상상력의 산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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