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할머니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길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클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결혼해서 4명의 자식을 낳아 키웠고, 그 자식들은 모두 자기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모든 삶의 중심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듯이 부모는 자식을 중심으로 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나는 70평생 살아오면서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자내깨나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빌면서 말이다. 하지만 80나이가 되어서 나를 바라보니 한편으로는 무엇을 하고 살아왔나 싶다. 자식들한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아마 이 세상 모든 부모들 마음이 그러지 싶다. 특히 자식들이 50을 바라보고 조금씩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짠하기만 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했듯이 하나같이 다 소중하고 귀한 자식들이다. 지금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어쨌거나 모두 건강하기를 빌 뿐이다. 돈과 명예를 잃는 것도 마음이야 오살나게 아프겠지만, 그래도 건강만한 재산이 어디 있겠는가.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친구 병문안을 가게 됐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어르신, 노후대책 잘 해서 노후에는 편안히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렇게 살아야겠지요. 우리 같은 늙은이라고 왜 그런 꿈이 없었겠어요만, 그 당시에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지요.” 또 한 번은 언니 딸이 내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순간 나는 한참 뜸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행복이라는 말이 낯설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했기에 이렇게 말해주었다. “글쎄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하고 성적표 받아 왔을 때가 아니었나싶구나.” 사실 그랬다. 통지표에 착하고 공부 잘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자필 글씨를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행복은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데서 부터 시작되는데 요즘 사람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물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왜 걱정이 없겠는가마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세상이 풍요로울 때가 어디 있었겠는가. 나는 요즘새벽기도를 다니면서 천번제를 드리고 있다. 우리 자식들은 물론,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청년들이 일할 곳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부모들 가슴에는 아무리 써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사랑의 통장이 있다. 아니, 생명까지 주고 싶은 게 이 세상 모든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그런 부모들이 자꾸 무시당하고 버림당하고 있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사람이란 때가 되면 모두 늙게 마련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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