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순천하늘씨앗교회목사

봄이 오고 있기는 있는 가보다. 믿거나 말거나 요 며칠 동안 연달아 내린 봄비에 만물이 눈뜨는 소리를 들었다. 나 역시 봄을 재촉 하느라 아침마다 비발디의 四季 중 봄을 즐겨 듣고 있다. 그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내 몸에서 봄이 약동하는 것을 느낀다. 내 개인적으로도 빨리 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면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수와 경칩도 지났기 때문에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봄은 빠르게 상륙할 것이다.

섬진강변 매화마을에도 홍매화가 도착했다는 소식들이 속속 당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몸뚱아리가 자꾸 밖으로 나가자면서 보챈다. 물론 아직은 황량한 벌판이지만 이번 주를 고비로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 테다. 그러잖아도 올 봄에 향년70세의 생을 마감하고 떠난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이 자꾸 내 가슴을 솟구쳐 오른다. 내친 김에 그의 시를 한 번 읽어 보자.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사람아/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시를 감상하노라니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나마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아름다운 것은 가난한 시인들이 꾸준히 노래를 불러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시를 쓴 이성부 시인과 나는 기껏해야 세 살 차인데, 그가 먼저 저 세상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조만간에 나도 영원의 나라로 주소를 옮길 날이 올 테지만, 사는 동안은 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 중에는 현실을 어느 정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그처럼 가치 있게 여겼던 모든 이념과 신념도 나이와 더불어 별 것 아닌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때는 왜 그렇게 논쟁에 목숨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 역시 젊다는 징표이니 당연하지 싶다.

요즘 들어 나는 우리의 삶도 기껏해야 하나의 변주곡에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강약 때문일 테다. 높낮이가 없다면 도대체 무슨 맛으로 노래를 부르겠는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지금 인생의 겨울을 나고 있다면 조금만 참고 견뎌라. 곧 있으면 인생의 봄이 도착했노라고 안부를 전해 줄 테니까.

내가 지은 짧은 졸시 한편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제목은 봄바람이다. ‘보소보소/ 구름만 풀어 놓지 말고 그리움도 좀 풀어 놓고 가소/보소보소/ 봄비만 풀어 놓지 말고 꽃잎도 좀 풀어놓고 가소’ 당신의 삶도 이 봄과 더불어 술술 풀리기 바란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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