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결국 분단의 아픔만 남겼다

1948년 6월 광양서국민학교

함석헌 선생은 우리 역사를 가리켜 창기(娼技)의 역사라고 불렀다. 수많은 강대국들이 우리나라를 짓밟고 갔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생각하면 그렇다. 우리는 5천년 역사 이래 부침(浮沈)하기를 물먹듯이 해 왔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짓밟혔고 또 근대에는 일본에게 겁탈을 당하고 말았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한 대가였다.

역사란 기억하는 자에게는 희망이 되지만, 망각하는 자에게는 고통이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으며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냥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 되는 시대라 불가항력적이었던 점도 없잖아 있었을 테다.

그 당시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이념의 광기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1948년 6월도 그랬다. 막 여름의 초입에 드는 아름다운 계절이었지만 , 젊은 청년들은 죽창을 들고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일명 대동청년단 광양지부라는 이름하에 그들은 원치 않는 사열에 동원돼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열(査閱)은 2년 후에 사열(死閱)로 돌아올 뿐이었다. 소련과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에 애먼 우리나라끼리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분단의 아픔이었다. 푸른 정맥들이 더욱 푸르고 울창해지는 6월의 계절에 우리 청년들은 이념의 노예들이 된 채 나무로 만든 목총을 어깨에 메고 집단 훈련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사진을 가만히 드려다 보고 있노라면 통곡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마음의 각오를 다져 보지만, 여전히 대치되고 있는 남북한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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