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 핀 역사와 문화’展, 문을 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광양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

‘광양에 핀 역사와 문화’展이 열리고 있는 순천대학교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광양의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전시관을 둘러 보고 있다.

광양(光陽)하면 떠오르는 것은 산업도시라는 이미지. 그도 그럴 것이 광양에는 30여년 전 공장이 들어서고 이후로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그런 딱딱한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광양은 딱딱한 산업도시 이미지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찬연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곁에 광양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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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순천대학교(총장 송영무) 박물관이 주최하고 국립순천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조규진)과 광양경제신문(대표 김태균)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2012년 신입생 입학기념 기획특별전 ‘광양에 핀 역사와 문화’ 기획특별전이 지난 27일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크게 4부분으로 구성,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광양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종합한 것으로 우리 지역의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의 역사적 공간 속에 녹아있었던 광양의 과거와 현재의 생생한 흔적들이 140여 점의 유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이날 이동희 학예연구실장의 설명으로 시작된 전시회는 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광양의 지명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빛 광(光), 볕 양(陽)’이라는 광양의 명칭은 이미 고려시대부터 불려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시대 이래의 마로현을 신라 경덕왕(재위 742~765)대에 희양현으로 고쳐 불렀으며, 지금은 광양현이라고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려 때 광양현으로 고쳤고, 조선 태종 13년에 감무를 고처 현감으로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최근 학술조사를 통해 확인된 구석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발굴된 유적과 유물에 근거해 문화의 변천과정을 조명, 마로산성에서 출토된 기와와 토기, 철기, 청동 유물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당시의 광양지역과 주변 지역과의 활발한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문화는 옥룡사 출토 유물을 중심으로, 선각국사 도선(827~898), 통진대사 경보(869~947)와 관련된 자료로 구성된다.

통진대사비와 승탑은 일제강점기 때 모두 깨뜨려져 조각만 남아있으나 탁본을 통해 비석의 전체 규모를 알 수 있다. 유교문화는 광양 출신으로 기묘명현에 올라있는 최산두와 조선시대 광양으로 유배 온 인물들인 고산 윤선도와 죽봉 김간(竹峯 金侃) 등 광양의 유교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었던 토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대 역사문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광양이 조명된다. 매천 황현과 항일의병장 황병학(1876~1927)등의 자료가 소개된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오는 4월25일까지 전시되며 가족단위 관람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광양 역사 알기의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양에 핀 역사와 문화‘展 테이프 컷팅식

광양의 철기문화

광양 마로산성에서 발견된 유물

광양 옥룡사지에서 발견된 유물

광양 마로산성 토제마

[인터뷰] 강성호 순천대학교 박물관 관장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

순천대학교박물관에서 수행한 발굴조사유적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낸 곳이 광양지역입니다. 특히, 마로산성과 옥룡사지는 그 성과가 탁월하여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1년 가을에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광양’을 주제로 특별전이 개최되었는데, 그 가운데 적지 않은 유물들이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조사한 것들이었습니다.

광주박물관은 전남동부권 주민들이 전시를 보기 위해 이동하기에는 용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동부권 지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전을 다시 한 번 더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순천대박물관에서 발굴조사하거나 소장한 유물들을 중심으로 아담하게 기획전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유물이 있다면?

광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물은 마로산성 출토유물들입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당과의 교역관계를 보여주는 중국제 자기류와 동경 등은 남해안에서 광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말해 줍니다.

기획전을 통해 광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국가사적이 된 광양 마로산성이나 옥룡사는 남해안의 거점지역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점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광양제철소나 컨테이너부두도 그러한 지정학적 입지와 연결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광양은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좋은 전통문화는 되살려 복원하고 새로운 선진문화는 더욱 발전시켜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전시된 유물들을 통해서 관객이 얻었으면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광양은 남해안의 중심 거점으로서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꽃피웠던 곳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유적들이 조사되었습니다.

예컨대, 광양 용강리유적, 광양 마로산성, 광양 옥룡사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풍광이 뛰어난 광양에는 유수한 인물들이 거쳐 갔는데,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 고산 윤선도, 광양 출신으로 기묘명현에 올라있는 신재 최산두, 우국지사이자 조선시대 마지막 선비로 평가받는 매천 황현 선생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일제시기를 거치면서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부도는 깨어지고, 비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매천 황현선생은 일제에 항거하면서 순절하셨습니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우리들의 존재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훌륭한 선조들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선조들의 훌륭한 얼을 본받아 부끄럽지 않은 후손들이 되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전시회를 본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시회는 단순히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도 하고, 미래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조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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