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 기자

정부가 학교폭력을 잡겠다며 한 달간 전쟁을 선포한 결과 평소보다 3배가 넘는 학생들을 검거한 모양이다. 한 달 사이에 무려 3배라니,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눈에 보이는 이런 현상적인 폭력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과 구조적인 폭력이 더 큰 문제다. 학교 시스템이라는 구조가 결국은 그런 폭력을 양산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에 벌레가 생기는 것은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거나 또는 벌레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대부분 집단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사실을 민감하게 감지해 낼 수 있는 개인적인 센서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할 뿐이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거니와 종교까지 침투해 하나의 사회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치는 교묘하게도 이데올로기(색깔, 지역론) 문제로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경제는 또 구조조정 문제로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애국과 안보를 들먹이며 국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나라사랑을 강요하고 있는 데, 이것도 알고 보면 다 제도적인 폭력이요, 언어를 가장한 상징적 폭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종교가 강요하는 진리라는 문제는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폭력인 셈이다. 왜냐하면 내가 믿는 종교 외에 다른 종교에는 진리가 없다는 전제를 근거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역지사지를 들먹여 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내가 이미 진리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바꾸겠는가. 이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현재 교도소에 갇혀 있는 범죄자도 그렇다. 그게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그들의 죄를 두둔하거나 면죄부를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사회집단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광양 모 고등학교에서도 몇 주 전에 학생 한 명이 자살했다. 원인은 아토피와 대학교에 낙방한 것이었지만, 이미 그 학생의 내면에는 그동안 학교가 주입했던 언어적인 폭력도 한 몫 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지 않으면 사람구실 하기 힘들다는 압박감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비폭력을 가장한 폭력인데, 이런 것을 눈치 채기에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깊이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단히 송구스럽게도 우리는 모두 폭력을 방조하거나 또는 폭력을 행사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모양인데 참 잘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모임하나 만든다고 학교폭력 문제가 당장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그 자체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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