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표이사/발행인

세상에 사소하거나 하찮은 일은 없다. 다만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있을 뿐이다. 삶의 매 순간은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다. 퇴근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밥을 먹는 것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가슴을 치기도 한다. 이번 연초에 대부분 사람들은 또 나름대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호들갑을 떨지만 3개월만 지나면 도로묵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단단하게 마음먹었던 결심이 느슨하게 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나사가 풀렸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사실 나사(螺絲)라는 한자어를 보면 참 재밌다. 원래 나사는 물건을 죄어 고정시키는데 쓰이는, 나선(螺旋) 모양의 홈이 나 있는 물건을 말한다. 나사할 때 나(螺)자를 ‘소라 라’ 자로 쓰게 된 것은 바깥쪽에 소라껍질 모양으로 빙빙 비틀린 고랑이 나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사는 하찮은 것 같지만 나사 하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때론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2003년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 우주인 7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도 결국은 나사가 풀렸기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왔다. 아마 나사를 담당했던 사람은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주항공국인 나사(NASA)가 나사(螺絲)를 제대로 조여주지 못해 대형 참사를 불렀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각자 할 일이 있는 법이고, 또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문제는 모두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또는 큰 일만 하려고 덤비는 데 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 내 능력과 한계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일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또 계획도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일주일간은 아침 7시에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에는 6시50분에 일어나도록 시간을 앞당기게 되면 아침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백 계단도 한 계단부터 출발하는 법이다. 고사성어에 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찮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라도 한 가지 일에 매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태항산(太行山) ·왕옥산(王屋山) 두 산 사이에 끼어 있는 북산(北山)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우공(愚公)이란 사람은 나이가 이미 90세에 가까운데 이 두 산이 가로막혀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하여 산을 옮기기로 했다.
흙을 산 아래까지 한 번 운반하는 데도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어리석다며 우공노인을 조롱을 하자 “나는 비록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하고 대답하였다.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이 산을 허무는 인간의 노력이 끝없이 계속될까 겁이 나서 옥황상제에게 이 일을 말려 주도록 호소하였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가장 힘이 센 아들을 시켜 두 산을 들어 옮겨, 하나는 삭동에 두고 하나는 옹남에 두게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작은 일이지만 먼저 시작해 보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며, 시작이 반이라고도 했다. 올해는 작고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일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양말을 벗을 때마다 뒤집어 놓지 말고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 거기서부터 자기 변화와 실천은 시작되는 것 아닐는지.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