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아버지도 구두수선공이었고 유명한 철학자였던 가스통 바슐라르의 할아버지도 구두수선공이었다. 아니 철학자 새뮤얼 드루는 처음부터 구두수선공이 직업이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구두수선공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 낮기 때문에 미리 언질을 주고 싶어서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사람이란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행복을 발견했느냐 하지 못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심재석 서경애 씨 부부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손꼽을 수 있다.

“저는 매 순간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어요. 이런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단골손님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즐거워 항상 노래(찬송)하느냐고 묻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본 재석씨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저런 인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기자도 알고 있다. “감사하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사람도 내면을 드려다 보면 온갖 슬픔을 다 안고 사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재석씨 부부가 이곳에서 구두수선을 하게 된 지도 벌써 10년째라고 한다.

지금은 광양경찰서, 제2청사, 경제자유구역청 등을 관할하고 있다고. 하지만 재석씨도 한 때는 잘 나가는 건설사 직원이었다. “그 때는 정말 잘 나갔지요. 그리고 건설사를 그만 두고 광영동에서 뷔페식당을 7년 쯤 운영하기도 했는데 IMF가 터지면서 식당을 접어야 했지요.”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일거리를 찾고 있던 차에 우연히 이 구두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고. "마침 이 가게 주인이 일본으로 건너 갈 참이었는데, 세상에 3일 만에 인수인계를 똑딱 해치우고 말았지요. 하하하"

그런데 이러한 우연도 다 필연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총각 때 서울에서 4년 정도 제화업종에서 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치고는 참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재석씨가 날마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부인 서경애씨의 따뜻한 내조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이 있기 때문이라고. 특히 둘째 딸은 반에서 1등을 빼앗기지 않을 만큼 공부도 잘한다며 싱글벙글이다. “저는 가정의 행복을 제일 우선으로 칩니다. 아직 두 딸은 우리 집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런대로 잘 살아오기는 왔나봅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부인 경애 씨가 비정상적이다 할 정도로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마디 거든다. 부창부수가 아닐 수 없다.

새해 소원을 물었더니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시인이란 상처 난 사람의 마음을 수선하고 닦아주는 구두수선공과 같다는 어느 글이 떠올랐는데, 이들 부부가 그러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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