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용기를 상징
2012년이 흑룡띠해라며 모두 부푼 기대를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팍팍할수록 그런 속설에 희망을 걸고 위로를 받고 싶은 게 사람의 속성이다. 그냥 용띠라고 말하는 것보다 흑룡띠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근사한지 모른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다. 대개 몸집이 크고 박쥐와 유사한 날개를 가졌으며 입에서 불을 뿜고 가시가 나 있는 꼬리를 단 도마뱀 또는 뱀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용의 형상은 예로부터 다양했다. 칼데아의 용이었던 티아마트는 다리가 4개이며, 몸은 비늘로 덮여 있고,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용은 보호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특질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형상으로도 멋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호전적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극동지역에서는 용이 유익한 존재로 여겨졌고 큰 위세를 지닌 것으로 여겼다. 중국의 용은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동물로, 강·호수·바다 등에 살며 하늘을 떠돌아다닌다. 원래는 비의 신이었던 중국의 용은 유럽의 용이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하늘의 선행과 풍요를 상징한다. 또한 음양설에서 하늘·활동성·남성다움 등의 원리를 뜻하는 양(陽)을 대표하기도 했다.

신성한 동물
용에 대한 믿음은 용을 닮은 선사시대의 거대한 파충류들에 대한 고대인들의 지식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영어 단어 드래곤(dragon)은 그리스어의 드라콘(drakon)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말의 원래 의미는 큰 뱀(‘바다뱀')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그 이후의 신화에서 용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지 본질적으로 뱀의 형상을 취했다. 용은 호랑이와 겨룰 수 있는 용맹스러운 이상세계의 신성한 동물로, 복을 기원하고 모든 재앙에서 우리 인간을 지켜주는 환상의 동물로 상징되어 있다. 또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용은 왕이나 남성 및 권력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꿈도 용꿈이면 좋은 꿈이고 길지(吉地)도 용이 있는 곳이면 상서로운 곳이라 믿는다.

비록 상술이지만
2012년이 바로 용의 해다. 4년 만에 오는 윤달이 들어 있는 해 일뿐만 아니라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띠 해'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사람들은 묘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이 때 한몫 잡으려는 장사꾼들은 벌써부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쏟아지고 있다. 물론, 장사꾼들의 상술이라는 것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 역시 그런 줄 알면서도 즐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먼저 내년은 윤달이 드는 해로, 음력 3월이 두 번 이어진다. 두 번째 3월, 즉 윤달은 양력으로 치면 4월 21일부터 5월20일까지 해당한다. 윤달은 흔히 ‘공달' 또는 ‘썩은 달'이라고 해서 이 기간 동안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이 미풍양속이나 되는 것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를 테면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도 힘들다"는 속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결혼은 피하려하고, “손 없는 달이기 때문에 묘를 이장하면 자손들이 복을 받는다."는 속설 때문에 이장(移葬)과 관계된 업체가 재미를 보게 된다.

윤달에는 결혼 힘들다?
결혼시장은 벌써부터 윤달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양은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도시는 내년 봄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예비 신부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내년 4, 5월 윤달이 끼는 바람에 결혼식이 3월과 6월로 몰리는 바람에 예식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미신이라고 치부를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찝찝해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월과 6월 예식장을 잡지 못한 예비 신혼부부의 상당수는 아예 예식을 1, 2월로 당기거나 6월 이후로 늦추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예식업계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며 예식장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왔는데 내년에는 그게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여파는 예식장만이 아니라 호텔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예약은 윤달이 끝나는 5월 말부터 6월까지 심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장례업체와 베이비붐 특수
그러나 장례식장과 수의업체들은 윤달 특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장에 관한 상담 전화문의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대폭 늘었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특히 윤달에 수의(壽衣)를 구입해 두면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 수의가 효도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을 정도다. 일부 상류층은 한 벌 당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가까운 황금수의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흑룡의 해에 2세를 출산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이를 놓칠리 없는 업계는 베이비 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흉(凶)은 피하고 길(吉)한 때를 선택하기 위해 상술인줄 알면서도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뒤가 찜찜하기 때문에 미신인 줄 알면서도 그런 속설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한계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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