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이 담겨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전순례 화가

어쩌면 그림을 잘 그린다는 그 자체는 쉬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계속 반복된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만의 화풍과 색깔을 가지는 것인데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닐 테다. 아마 이 세상 모든 예술가들이 고민하는 문제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뚝딱하고 자기만의 화풍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자고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가는 방법밖에 없지 싶다.
전순례 화가도 그런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가 주로 그리는 그림은 부서진 폐선들이다. 바닷가에 버려진 폐선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연민의 정이 간다고 한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쓰임새가 다 하고 나면 버려지게 되는데 참 애잔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폐선을 주로 그리고 있지요. 하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유통기한이 있는 법이라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녀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은 버려지고 상처 난 것을 새롭게 살리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세상살이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다들 힘들다고 난리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붓에는 늘 휴머니즘이 묻어난다.
“내게 있어서 그림은 내 삶의 존재 이유라고 부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가면 삶을 바라보는 깊이도 다르게 보이는 법인데, 저는 그림을 통해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있지요. 그래서 색감을 선택하는 것조차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다고 봐야지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그림의 선은 굵으면서도 질감이 살아있다. 사물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세월의 무게까지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래서 시골집 풍경 하나를 그려도 그냥 보이는 대로 붓 칠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시간의 무게까지 함께 계산해 표현하는 것이다.
“삶이 선명하고 뚜렷한 것 같아도 현실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들 마음이 그런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선명하고 투명한 것보다 약간 흐릿한 것들 속에서 쉼을 얻게 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려오면서 삶의 철학까지 터득하게 된 그녀는 크고 작은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북도전 입선을 시작으로 개천미술, 전남도전, 남농미술대전 등에서 이미 자기만의 그림세계를 인정받았다. 또한 전시 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지역미술 발전에도 일조를 하고 있는데, 조만간에 여성작가 5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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