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소리는 아이들 웃음 소리”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먼저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컬러링 노랫소리가 참 재밌었다. “정해진 운명이라 팔자라더니~ 달려라~ 외길 인생~ 후회는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지만~” 일부러 그 곡을 선택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들을 여섯 명이나 출산하다니,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정말 대견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2시
약속시간에 맞춰 성호아파트를 찾아갔다. 빈손으로 가기가 미안해 꽃다발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먹을 것을 사갈까 생각했는데, 인스턴트 과자보다는 꽃처럼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상징성을 가진 꽃이 더 낫겠다 싶었다. “딩동딩동” 초인종을 눌렀다. 곧 이어 문이 열리더니 아이들 다섯 명이 주르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빠 병수 씨는 이제 갓 태어난 막둥이 금환이를 목욕시킨 후라 따뜻하게 옷을 입히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검사가 꿈인 큰 딸 다인(초3), 선생님이 되겠다는 둘 째 딸 다비(초2), 경찰이 되겠다는 아들 동환(7살), 요리사가 꿈이라는 딸 다원(5살), 마냥 세상이 신기한 아들 승환(3살) 그리고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막내 금환까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아빠 장병수 씨와 엄마 조명희 씨였다.

맞춤 생산(?)
병수 씨는 대책 없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 나름대로 다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아이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렇게 줄줄이 낳게 됐는데, 정말 행복해요.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지만 말이에요. 하하하" 현재 병수 씨는 인동건설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병수 씨가 건설업을 시작할 때가 1991년이었는데 고작 단돈 120만원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 어려움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어요? 건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손해를 많이 봤지요. 그래도 묵묵히 지원하고 사랑해준 아내와 가족이 있어 그런 어려움을 다 이겨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병수 씨의 부인 조명희 씨였다. 도저히 아이 여섯 낳은 어머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닌 게 아니라 병수 씨는 첫눈에 홀딱 반해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됐다고 한다. “분유 값과 교육비가 장난이 아니겠어요?" “그야 당연하지요. 나라에서 셋째까지 지원을 좀 해주기는 하지만 택도 없지요." 인터뷰 도중 아이들 넷은 공부방을 갈 시간이라며 우르르 빠져 나갔고 세살 승환이만 금환이 곁에 누워 귀엽다는 듯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실은 몰래 꼬집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란다.
“조만간에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행동반경이 넓어야 아이들 마음도 넓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형제간 友愛가 최고지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사회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구요. 특히 학교놀이 할 때는 집안이 조용해지는데, 큰 딸 다인이가 제일 좋아하지요. 그 순간은 자기가 대장이 되거든요." 어머니 명희 씨 설명이다. 그런데 병수씨는 천성적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며 친척들 간의 화목을 위해 앞장서 오고 있었다. “저는 종손이라 가정사를 다 챙겨야 합니다. 해마다 두 번씩 아버님 친척들을 모시고 식사대접을 하고 있지요.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어쩌면 제가 이렇게 아이들을 많이 낳고 싶어 하는 것도 할아버지 영향인지도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무려 13명의 자손을 낳았거든요. " 병수씨는 요즘 아버지가 짠해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더 잘해드리고 싶다고 한다. 다시 아이들 교육철학에 대해 물었다. "저는 늘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도둑질과 거짓말 보다 더 나쁜 것은 형제간끼리 서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가 가진 재산에 대해서는 미리 상속에 대한 공증을 다 해놓고 서로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할 작정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병수 씨는 이미 아이들 미래까지 모두 설계하고 계획하는 치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재산의 일부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놓고 있었다.
“저희 아버지도 늘 말씀하셨지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던지 아니면 전기배선을 새로 해 주던지, 어떤 형태로던지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고요. 저도 꼭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와 일기는 지금도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병수 씨의 메모정신이었다. 그는 틈틈이 일기는 물론 가계부를 써오고 있었다. 가계부를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좀 의아했다. “혹시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어 아이들에게 남겨 두면 아버지가 힘든 일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도움이 됐으면 해서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되면 책으로 출판해 내 삶의 흔적을 자식들은 물론, 지인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이렇게 기록해 오고 있지요." 인터뷰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이야기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면 어떨까 하고 걱정했는데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나오는데 기자 머릿속에서는 天不生 無祿之人(천불생 무록지인) 地不長 無名之草(지불장 무명지초) 즉, 하늘은 복 없는 사람을 이 땅에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맴돌았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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