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사람 詩 박미숙

흙으로 빚은 빵을 먹는다
별들이 내려와 하나 둘씩 켜지는 시간
그들을 따라 불 밝히기 시작하는
도시의 네온사인 사이 한구석 찾아 누우면
그 빛 아래를 개미 같은 활자들이 스멀스멀
까맣게 돌아다니다가는 갑자기 날개 달고 날아올라
관심 없는 온갖 소식들을 귓전으로 옮겨다 놓는다
밤을 잃은 세상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도시의 가로등은 유난히 밝아
시멘트 바닥에서는 제 길을 잃어버린 지렁이 한 마리
버짐 잔뜩 피운 채 말라가는데
한쪽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무심한 듯 유심인 듯 바라보는 사내
화석이 되어간다
자존이 그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보이지 않을 뿐

그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문학세계》등단. 동인시집『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도시는 잠에서 깨어난다. 도시의 어둠은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자유의 날개를 달아준다. 골방에서 웅크리고 있던 온갖 상상들이 밤의 공기를 타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적당한 은폐는 얼마나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지. 여자들은 술을 따르며 노래하는 창부(唱婦)가 되고, 남자들은 술을 마시는 창남(唱男)이 된다. 적당히 취한다는 것, 적당히 타락한다는 것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잠든다는 것도 아름다운일상의 한 부분이다.

어둠이 내릴 때 몸과 영혼은 비로소 자유롭게 소통하기 시작한다. 알코올을 입에 털어 넣을 때마다 사내들은 무심한듯 유심한듯 그렇게 화석이 되어가고 여자들은 팜파탈(치명적)이 되어간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게 만들 때가 얼마나 많던지. 우리는 모두 반쯤은 맛이 나갔거나 혹은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다. 당신이나 나나 마음속 깊은 곳을 드려다 보면 감추고 싶은 상처가 가득하리라. 그래서 시인은 도시의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어둠은 선악의 경계를 허무는 마력이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비록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는 비릿한 슬픔과 쓸쓸함을 맛보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슬픔도 인생의 비타민이 될 때도 있는 법 아니던가.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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