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만든 풀빵 하나 맛 보실래요?”

장애는 마음속에 있는 것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 화백도 여덟 살 때 청각을 잃은 후 심한 언어장애로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헬렌켈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예 언어와 시각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삶은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꼭 이렇게 이름을 남겨야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닐 테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평범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특히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일구어가는 사람을 보면 없던 힘이 생기는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苦로 인해 쉽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의 삶은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풀빵장사를 하면서 오순도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부부(김현철, 이현숙)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농아((聾啞)라 광양농아협회에서 수화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고윤숙씨 도움을 받았다.

“첫눈에 반했어요!"
마침 두 부부를 찾아 간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손님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예쁘게 화장한 현숙 씨는 빵을 구워내고 있었고 남편 현철씨는 열심히 반죽을 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먼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물었다. “부산 신발공장에서 일할 때 만났다. 그 때 남편이 먼저 프로포즈를 해 가정을 꾸리게 됐다." 남편 현철씨에게 다시 물었다. 현숙씨 어디가 그렇게 좋더냐고.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마음씨까지 아름다워 첫 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게 됐다. 한 마디로 내가 꼬셨다." 고 쌈박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왜 힘든 일이 없었겠는가. 대부분 농아들이 그렇겠지만, 사회의 문턱은 보기보다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굽히지 않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자고 수 십 번 자기를 다잡으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실 농아는 보통 장애와는 조금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선천적과 후천적 농아
청각 장애는 난청(難聽)으로 인하여 언어 장애를 갖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농아(聾啞)는 언어 장애인을 가리킨다. 난청(難聽)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으로, 난청의 정도를 보면 가벼운 것은 감기가 들었을 때 귀가 약간 먹먹한 정도인 것부터 귀 밑에서 큰소리를 쳐야 알아듣는 정도인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더 심할 경우,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난청을 농자(聾者)라고 한다. 난청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낼 때 데시벨(db)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정상인은 0db이며 난청의 정도가 커질수록 숫자가 높아져, 청각 장애인은 80db 이상이 된다. 청력검사에서 90db 이상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도의 난청을 농(聾)이라고 한다. 농아(聾啞)는 그 모체가 임신 중에 풍진(風疹)을 앓거나 극약 등을 복용해 생기는 선천적 농아(聾啞)와 3∼4세 때 뇌막염·성홍열 등의 병을 앓아 말을 배울 때 귀가 안 들려 언어 장애인이 되는 후천적 농아(聾啞)가 있다. 현철씨는 태어날 때부터 청력을 잃었고 현숙씨는 10살 쯤 심한 열병을 앓고 나서 청력을 잃었다고 한다.

“광양이 좋아요"
현숙씨는 고향이 서울이다. 하지만 직장을 따라 부산에 생활을 했는데, 이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현재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데, 자녀들에게 바라는 기대와 희망이 크다. “딸은 유치원에서 교사로 있는데 딸만의 유치원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아들은 고3인데 교대를 가서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보통 대한민국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꿈꾸는 희망이다. 요즘 장사는 좀 어떠냐고 물었다. “겨울에는 비교적 장사가 잘 된다. 이곳에서만 10년 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대로 할 만하다. 다만, 여름에는 비수기라 좀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현숙씨는 광양사람들이 인정도 많고 마음이 따뜻해 좋다고 한다. 현철씨 고향은 하동이지만 그 역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 생활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을 만나 너무 행복하다며 부인자랑이 대단하다. 현철씨는 봉사단체를 통해 빵 제조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다고 하자 어느새 아내 뒤로 가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내 어깨를 감싸 안는 모습이 어쩌면 첫눈에 반해 눈이 먼 모습 그대로였다. 앞으로 두 사람만의 꿈이 있다면 뭐냐고 물었다. “좀 더 열심히 돈을 벌어 집도 장만하고 조금만한 가게라도 하나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 꿈도 조만간에 이뤄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손님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는 현숙씨 현철씨 부부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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