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전에 안경을 닦으면서 잠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이렇게 열심히 닦는다면 얼마나 많은 관계들이 달라질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니, 아침마다 세수하듯이 마음도 그렇게 수시로 씻어낸다면 얼마나 정신은 맑고 마음은 가벼울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경쟁과 욕심에 끌려 다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공자처럼 살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공자가 되는 것을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짜증과 피곤과 상대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한다 것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삶이란 마냥 경쟁만 하고 또 소유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현재 우리 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갈등들이 너무 이분법적이라는 데 마음이 걸립니다. 어떻게 흑과 백만 있겠습니까? 그 중간에는 회색도 있는 것입니다. 아니, 회색도 분명히 필요한 색입니다. 어쩌면 회색공간이 없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날을 세우면서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회색 지대에서 잠시 쉬고 싶은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양한 색깔을 얻기 위해서는 회색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줄곧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라는 물리적, 정신적 압박을 받아 온 게 사실입니다. 하긴, 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속담처럼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기준은 정해두고 살아가게 마련일 겁니다. 그렇다 해도 눈에 보이는 현상을 제대로 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은 의심할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살다보면 착각과 착시현상에 속았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경 도수가 맞지 않으면 사물이 흐려보이듯이 마음의 초점이 맞지 않으면 불화의 시작이 된다는 것, 설마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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