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화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이영아 화가

“하얀 캔버스는 언제나 선뜻 붓을 대기가 어렵고 설레게 하지요. 모든 화가들이 그렇겠지만 내 꿈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연이 그 자리에 있을 때까지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처럼 그림을 그릴 거구요." 이영화 화가의 꿈은 소박하다. 작가로써 명성을 얻는 것보다 자연과 동화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 세상에 쉬운 창작은 없다고 생각해요. 비평가들이나 관람객은 쉽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창작을 하는 화가들에게는 수많은 고뇌의 시간이 되는 셈이지요. 보는 사람이야 한 번 쓰윽 훑어보면 되지만 화가들은 어디 그런가요?" 그녀가 그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제철소 부덕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수도 없이 마음의 붓을 들었다놨다 하며 이미지를 그려 왔다. 가끔씩 몇 번이고 재능을 탓하며 붓을 놓으려고 했지만 그림에 대한 운명은 끝내 그녀를 놓아 주지 않았다. “어디 저만 그렇겠어요. 아마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는 화가들이라면 다 그런 마음의 열병을 앓았을 거예요. 오죽하면 예술과 재능은 일종의 질병이라고까지 했겠어요."
그런 그녀가 즐겨 그리는 소재는 주로 도자기다. “모르겠어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도자기를 향해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거예요. 하긴 이 세상에 자기의 그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래서 모든 예술가들은 논리와 합리적인 틀에서 벗어나 영감(靈感)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봐요." 그녀의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가마 터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도자기를 보고 있자면 우리 삶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인생도 결국은 도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이라는 가마 터 속에서 부대끼다 보면 자기만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겠어요? 도자기 색깔이나 모양이 그처럼 다양한 것도 가마 터 속의 불길 때문이듯이,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무늬도 결국은 그와 비슷한 셈이지요. 저는 그런 삶의 모습을 붓으로 재현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봐요. 물론 그림이 꼭 그런 메시지만을 주는 게 목적은 아니지지만요."
그녀의 그림은 그런 마력이 있다. 상처받은 사람이 그녀의 그림 앞에 서게 되면 새로운 색깔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은 재능이라는 질병을 타고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재능은 그림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치료하게 하는 백신이 되는 셈이다. 물론 그림자체가 치료용은 아니지만, 파편화 되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림은 하나의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광양조형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영 화백은 그녀의 그림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영아 작품세계는 서정성을 철저하게 중시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빛의 스펙트럼의 깊이와 폭에 따라 대상을 분석하고 재해석하는 작가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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