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간직한 도예 작가

유네스코도 인정한 도예가
백운 휴양림 길목에 들어서면 도선국사 마을이 나오는 데 이곳에 조주현 도예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조 작가는 유네스코로부터 우수 공예품에 선정, 인증을 받은 우리지역 대표 도예가로 유명하다. 그가 출품했던 작품은 ‘연5인다기풀세트’로 한국의 전통적인 다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연 모양을 다기에 새겨 넣어 빛의 각도에 따라서 연꽃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표현해 유네스코에 등록된 작가가 됐다. 또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부천무형문화엑스포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등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광양의 위상을 동시에 빛내오고 있는 젊은 도예가다. “예술의 생명은 독창성에 있다. 물론 그 독창성은 내 개인 것이기 이전에 도자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몫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예술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친화적이면서도 예술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도예가들이 지나치게 예술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생활과 동떨어져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 그래서 나는 늘 실용성을 함께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 게을리 할 수가 없다.”

도예는 五感을 총 동원한 예술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사실 도예는 흙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만큼 모든 오감을 다 사용해야 한다.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담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질감과 입체성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하는 만큼 다른 예술에 비해 훨씬 고난이도를 필요로 한다. 간혹 도예 교육을 실시하다가 보면 더러 도예를 어렵게 접근하거나 또는 아주 값비싼 골동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은 것을 경험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흙 사랑은 남다르다. 심지어 “흙은 내 상상력을 그대로 복원해 주는 도구이자 평생을 동행하고픈 아름다운 연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흙사랑이 대단하다. 그가 이렇게 도예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 졸업반 때 몇몇 공모전에 입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때부터 도예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원시성을 그대고 간직한 흙
인류가 맨 처음 흙으로 그릇 모양인 토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가 시작되는 BC 8000년경쯤으로 보고 있다. 흔히 토기라고 부르는 이 그릇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인류가 처음으로 자연물을 그대로 가공해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도예는 그처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또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던 것이다. 그리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창조적 단계로 전환을 가져왔다. 이런 노력은 가마를 만들어 내게 했고 결국 청동·철의 제련과 주조기술을 발명하는 계기가 되게 만들었다. 특히 저화도(低火度) 유약을 채택한 서아시아·이집트를 중심으로 하는 근동지역에서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인 고화도(高火度) 도자공예의 제작에 도달하지 못하고 유리공예·금속공예가 발전해온 반면 처음부터 고화도 유약을 채택했던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고화도 자기인 청자·백자를 제작하여 유리나 금속공예보다 도자공예가 크게 성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근동지역의 도자문화가 장식적이며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는 감상적 쾌락을 위한 것으로 발전하는 원인이 되었고 그 반면 동아시아 지역의 도자문화는 그의 재질적 특성으로 인간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실용적 공예로 발전하게 되었다. 비록 첨단 시대를 달리는 현대에도 도예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예술품과 생활친화적인 도구로 널리 활용되며 쓰이고 있다.

흙은 정서교육에도 탁월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도예원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흙사랑을 배우고 있다. “제 생각에 흙처럼 좋은 교육도 없지 싶어요. 흙을 가지고 노는 순간 두뇌는 물론,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리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도 흙을 만지게 되면 우울증이 많이 완하된다는 보고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흙이야 말로 정서를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틈틈이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을 대상으로 도예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게 함으로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종종 출강을 나가보면 주부들이 가장 열정이 많다는 것을 느끼죠. 아이들을 키우느라 꿈을 접어 났다가 새롭게 자기 달란트를 개발한다는 희망과 기쁨이 크기 때문이지 싶어요.”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
그는 아무리 바빠도 작품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날밤을 꼬박 샐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 예술적인 작품은 쉽게 탄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 내는 작품은 하나 같이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가끔씩 손재주가 없어 망설이는 사람도 있는데, 도예는 손이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생각이 만들지요. 내 생각에 따라 손길이 가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므로 먼저 흙을 만지고 논다고 생각하면 도예를 입문하는 데 한결 수월하지요.” 조 작가의 꿈은 소박하다.
자기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우리나라 도예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됐으면 하는 것과 사람들 밥상에 오를 수 있도록 실용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가진 도자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다. 조 작가는 조선대학교대학원 디자인박사과정, 한국미술협회 회원,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등록, 세계무형엑스포 초대작가, 전라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맡으면서도 전통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 나가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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