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글씨가 아니라 도(道)다

“붓을 든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개인전은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서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기쁨도 맞보았다.” 고 겸손하게 고백하는 양곡(陽谷) 박종태 서예가는 낭중지추(囊中之錐)같은 존재다. 송곳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 둔다고 감추어질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의 작품 앞에 서 본 사람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예 장르는 아주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예술 세계가 그렇겠지만 서예의 세계는 끝이 없다. 글씨가 그림이 되기도 하고, 그림은 또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가 서예를 하게 된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한학자이신 외할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와 글 쓰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잠시 직장생활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묵향의 냄새는 늘 그 곁에 맴돌며 결국 붓을 들게 만들었다. “서예는 내게 있어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나라 서예의 대가이며 한국 서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석포(石浦) 주계문(朱桂汶) 선생에게 본격적인 서예 수업을 받았다.” 놀랍게도 주계문 선생은 그의 외삼촌이다.
그는 주로 서예의 꽃이라고 말하는 행서를 즐겨 쓴다. 하지만 서예에만 머물지 않고 문인화, 서화, 서각은 물론 전각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요즘처럼 파편화되고 개인적인 개체로 떨어져 사는 시대일수록 함께 라는 공동체의식을 되찾아야 하는데 그 길이 바로 동양사상에 있다. 동양사상은 사람과 사물은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일체유심조니 물아일체니 하는 말이 바로 그렇다. 얼마 전에 작고한 스티브잡스도 동양사상이 간직한 여백과 간결미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하는데 동의 한다. 자본적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는 길은 동양사상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서예가 주는 여백의 미야 말로 자아를 잃고 살아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뚜렷한 자기정체성을 밝혔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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