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치보다 소유가치에 목숨 거는 사람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그렇게 푸르던 나뭇잎도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언젠가는 우리도 그렇게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요즘 우리들의 삶을 보면 그게 아니다.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태도로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란 동물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쪽에서는 주체할 수없는 욕망 때문에 힘들어 하는 반면에 또 다른 쪽에서는 욕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이 버겁게 삶을 밀어 올리고 있다. 결국 많이 가진 자나 적게 가진 자나 아무도 행복하지 못하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재밌는 것은 가난한 자나 부자나 본인의 소유물 30%는 모두 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에리히 프롬이 소유가치 보다 존재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살아가야 행복하다고 그렇게 조언을 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소유가치가 존재가치를 보장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게 믿을 만도 할 테다. 뭔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의 존재가치도 빛나게 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 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존재는 경험과 관계한다고. 훌륭한 존재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과정과 행동은 소유될 수 없으며 다만 경험될 뿐이라고 충고 한다. 만약 어떤 존재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그 존재는 곧 파괴되고 마는 것이다. 존재는 존재 그 자체일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 지향적인 태도는 우리의 삶을 훨씬 더 생산적이고, 능동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소유)’ 때문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그 자체’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외부적인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내구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소유가 없는 존재가치는 망상에 불과하고 또 존재가치가 뒷받침 되지 않는 소유는 비인간화 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둘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지금 현존하는 그 자체로 만족한다면 우리는 예전 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유는 항상 잃어버릴 염려가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존재는 전혀 그럴 걱정이 없기 때문에 프롬은 소유가치보다 존재가치에 더 무게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던 것이다.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있다. 知足可樂(지족가락)이면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 “만족함을 알면 곧 즐겁게 되지만 탐욕을 부리게 되면 곧 근심이 된다고." 솔직히 이런 경지에 도달한 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욕망에 삶의 무게중심을 두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 불과하다. 하긴, 이렇게 공자님 같은 말을 하고 있는 필자도 소유와 욕심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소유보다 존재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자 하는 뜻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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