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을 통해 잃어버린 정서를 회복

변옥란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스라한 꿈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디테일하게 사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약간은 흐릿한 명암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관람객이 직접 그림을 드려다 보고 그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과 그리움은 같은 집안 출신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어떤 풍경이나 사물을 그릴 때 자세한 부분보다 전체 윤곽을 통해 그림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원초적인 그리움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지요. 제가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 셈이구요. 우리 생활과 삶속에 깃들어 있는 정서야 말로 가장 좋은 그림의 소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그림은 대부분이 풍경화다.그것도 우리들 눈에 익숙한 배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아날로그적인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요즘 현대인의 삶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잖아요? 하지만 사람의 정서란 그렇게 속도와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는 법이지요. 그래서 저는 풍경화라는 오브제를 통해 잃어버린 정서를 다시 회복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지요." 관람객들은 그녀의 그림을 보는 순간 옛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잠시나마 흘러간 풍경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요즘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저는 그런 이념이나 추상적인 차원보다 정서적인 차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술은 독창성이 중요하겠지만, 사람과 소통 되지 않는 그림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여기저기 입상한 경력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특선을 비롯해 대한민국 회화대전 특별상, 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선, 경향미술대전 우수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과 수십 차례의 전시회와 초대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광양여성작가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틈틈이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