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원한 시간을 붙들어 준다

조르쥬 바따이유가 쓴 <에로티씨즘>에 따르면 “육체는 그 동물성 때문에 시적이고 신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곰곰이 되씹어 보면 그 말의 속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욕망을 꿈꿀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육체가 사물화 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은 역시 에로스(사랑)밖에 없다. 특히 여인의 야릇한 눈짓과 손짓은 잠들었던 남성의 오감을 하나하나 일깨워 준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고상한 척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진한 농담을 주고 받기도하고 야릇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 볼 때도 있다. 사춘기만 지나면 남성들은 그렇게 변하고 만다. 물론 도덕과 종교가 어느 정도 커튼역할을 해 주기는 하지만, 본성까지 감추게 할 수는 없다. 이상하리만치 우리는 에로티씨즘 앞에서 이중적이다. 특히 영화는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가장 편리한 도구다. 에로티씨즘의 기능은 긴장감에 그 의미가 있다. 즉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는 그 상상력을 통해 살아 있다는 실존의 의미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에로티씨즘을 대하는 것은 다르다. 자, 위 그림을 보자. 유명한 브론치노의 작품인 <비너스와 큐피트,시간과 사랑>이다. 브론치노는 메디치가의 코시모 1세 밑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했는데, 흔히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로 불리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정말 에로틱하다. 아직 앳되게 보이는 미소년이 성숙한 여인의 유두를 만지고 있다. 이미 눈동자는 반이 풀렸다. 그러나 여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소년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주변에는 우악스러워 보이는 대머리 영감이 보이고 울부짖는 남성이 보인다. 결국 미소년도 그렇게 늙고 만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을 할 때 사람은 영원의 시간을 붙들어 둘 수 있다. 사랑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아니, 에로티씨즘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여인의 자태는 관능적이지만 그렇게 요염하지는 않아 보인다. 여인의 손에는 큐피트 화살이 들려 있다. 화살은 위험한 도구다. 잘못하면 찔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남성들은 여성을 찾아 목숨을 거는 존재다. 참 불쌍하기도 하고 또 무모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여인에게 에로티씨즘이 없으면 여인으로써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여성은 에로티씨즘을 통해 주목받고 남자는 그 에로티씨즘을 통해 비로소 남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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