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예술가로 주목받고 있는 이현숙 화가

“내게 있어서 확장된 구멍과 그림자의 관계는 우리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인간의 정신, 즉 무의식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요.” 본인 작품에 대한 이현숙 작가의 고백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작품 앞에 마주 서면 묘한 감흥을 느끼게 된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수 없이 의식의 문을 밀치고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프로이트가 글로써 무의식 세계를 보여줬다면 저는 그림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지요.” 사실,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왜냐하면 말로 설명할 수없는 그 무엇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그녀의 그림을 설치미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장르는 주로 현대문명을 비판할 때 즐겨 사용되는 오브제들이다. 사실 우리 마음이라고 하는 것도 수십 층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딱히 이것이 내 마음이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포장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명성과 성공은 가장 좋은 포장제다.

하지만 그 포장을 벗겨 보면 온갖 그림자가 다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면의 힘과 건강한 마음은 자기 그림자를 마주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법이지요. 저는 그림을 통해 자기의 그림자를 보게 만들고 그렇게 함으로써 무의식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해방시키는 셈이지요.” 이 작가는 계속해 설치미술로 자신의 정체성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목포 대학교에서 미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수많은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혀온 작가로, 현재 그림창고미술학원을 운영하며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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