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편지를 한통 받았다. 요즘시대에도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하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하얀 화선지에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는 편지는 이미 그 자체가 감동일 테다. 편지는 가장 쓰기 쉬운 것 같지만 가장 어렵기도 하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정성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게 편지다. 필자가 군대 있을 때는 꽤나 편지를 많이 썼던 것 같다. 그 당시 편지는 속세의 인연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파란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딱히 수신인이 정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에 봤던 <편지>라는 일본 영화가가 생각난다. 여 주인공이 눈 내린 산을 보면서 “오뎅기 데쓰가(잘 지내시나요?)와 와타시와 겡기데스(전 잘 지내요)”라는 대사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본어 표기로 편지를 수지(手紙)라고 하는데 정말 일리 있는 표현이지 싶다. 편지는 손으로 종이 위에 직접 써야 제 맛이다.

어느 가수는 "가을에는 편지를 쓰겠어요~"라고 노래 했는데 지금이 편지 쓰기에 딱 안성맞춤이지 싶다. 앙드레지드의 작품 <좁은문>에도 알리사와 제롬이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발효시키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편지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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