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에로티시즘의 회복이 필요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성은 수치스럽고 감춰야할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에로티시즘은 삶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뼈대다. 요즘이야 성의 개방 때문에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포르노는 차고 넘치는데 에로티시즘은 드물다. 그래서 필자는 격주로 미술사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을 연재할 계획이다. 물론, 해석학적인 차이로 인해 조금은 낯설기도 하겠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중학교 미술시간에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인 비너스의 탄생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여체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당시 여체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 정도였지만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비로소 에로티시즘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던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림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나의 소박한 신념이다.

#그럼 먼저 에로티시즘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에 기원을 두고 있다. 사실 노골적인 포르노는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로 코드화 하거나 암시정도에 그치게 되면 에로틱한 모습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생각을 통해 감칠맛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성의 감정적 측면에 둔다고 본다면, 에로티시즘은 감각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에로티시즘은 주로 문학과 미술로 표현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신화나 종교 그리고 서민들 생활 풍속 등을 통해서 표현돼 오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 전설은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에 의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설명하는 데 이용되었고, 성서의 아담과 이브의 설화는 문화와 노동의 발생 근원에 남녀 간의 에로티시즘이 놓여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원시적인 벽화나 폼페이의 그림 그리고 코나라크 사원의 조각을 보면 고대에는 에로티시즘이 본능을 승화시켰던 장치로 역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중세 즉 기독교 시대가 도래 하면서 에로티시즘은 죄악시되고 여성의 나체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조차 금지되면서 성과 여성을 동시에 억압해 왔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여성의 나신은 점차 회복되어 갔다. 서양의 에로티시즘의 역사는 18세기의 자유사상과 함께 종교적인 속박에 도전한 스페인 설화의 주인공 돈 후안, 성의 전면적 자유와 개인주의를 주장한 사드 백작과 카사노바와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면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특히 사드는 에로티시즘 역사의 분수령을 이루었으며, 그 영향은 현대의 ‘G 바타유'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사드 이후 19세기 부르주아 사회는 성에 대한 터부가 강해 에로티시즘이 수난을 겪지만 20세기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새롭게 재편된다.

#이 시대의 에로티시즘은 그의 리비도(잠재적인 성적 충동) 학설과 억압 이론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모든 인간의 행위를 성적인 동기로 본 프로이트의 이론을 회화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대중사회로 불리는 현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에로티시즘의 대중화이다. 그것은 영상매체를 통해 세계 곳곳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홍수가 나면 물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먹을 수 있는 물은 귀한 것처럼, 오늘날 범람하는 섹스산업은 오히려 에로티시즘을 죽이고 있다. 건강한 에로티시즘은 삶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갖게 만들고 또 여성을 성적인 대상이 아닌 미적인 대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만든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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