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식 ‘이제 그만’…능력 있는 인재 발굴나서야 할 때

광양이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이런저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숯불구이 축제 취재차 나갔다가 열띠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양해를 구하며 낯선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고향이 서울과 부산이라며 자신의 고향을 밝혔다. 나이는 30대 후반이었으며 4명 중 3명은 결혼을 했고 1명은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광양에 거주한 지 4년 차라는 김 모씨는 “광양은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끼리끼리 뭉치는 습성이 강한 것 같다."며 “외부 사람에 대해 여전히 경계를 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서울이 고향이라는 이 모씨는 “그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광양시가 광양제철소 때문에 갑자기 도시화가 이뤄지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이들은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그동안 광양에 살면서 느꼈던 일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기득권들이 너무 설친다는 것이었다.
말수가 별로 없어 보이던 양 모씨는 “아마 광양의 최대 걸림돌이 기득권자들을 청산하는 것일 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양시는 원주민 보다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이 대부분인데도 권력구조나 이권은 여전히 기득권들끼리 나누는 모습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못지않게 소지역이기주의 또한 청산해야 할 대상1호로 꼽고 있었다. 도시 발전만 해도 그렇다. 현재 광양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광양읍과 중마동에 편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반면에 진월, 진상, 다압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균형 잡힌 지역분배가 아니라 기득권들의 힘에 따라 지역발전이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정치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이기주의라고 불리는 님비현상이 대한민국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는 실정이지만 광양은 또 다른 소지역이기주의까지 겹쳐 균형 잡힌 미래 광양발전이 아주 어려운 상태다.
한창 중구난방식의 대화가 오가던 중, 중마동에서 10년 째 살고 있다는 김 모씨가 입을 열었다. “광양은 지금 대단한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마치 광양제철소가 영원히 광양시를 책임질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광양시 자체적으로 미래 광양발전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자 이 씨가 좀 더 센 발언을 쏟아 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외주파트너사 대표이사나 임원들은 하나같이 대기업출신을 쓴다.”며 “심지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조차도 대기업출신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어느 집단이든 기득권자들은 변화를 싫어하게 마련이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끼리 뭉치면서 이권 나눠먹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광양은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시민들이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고, 그들이 앞으로 광양을 책임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chance)와 변화(change)가 겨우 알파벳 하나 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기회에 제대로 질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게 된다면 광양의 발전은 더욱 고착돼 주변 도시에 의존하거나 흡수되고 말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민이 주인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협력적 통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 동네 정치의원 만들기 같은 소지역이기주의는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탁월해도 그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것도 광양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소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선출된 의원은 자기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 주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어 광양시의 균형적 발전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광양시만이 아니라 대부분 지차체가 겪고 있는 고충이기도 하다. 양 모씨도 “광양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기득권세력들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청탁을 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심지어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 주겠다는 빌미로 기업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각종 특혜를 누리거나 각종 공사 알선 등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기득권들에 대한 정보를 강화해 미리 알려주는 검증시스템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남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심보나 자기지역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배척하는 일 등은 하루 빨리 극복해야 할 꼴불견임에는 틀림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록 이들이 광양 토박이는 아니었지만 광양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너무나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향후 광양이 남해안의 중심권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서라도 기득권세력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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