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석 태 광양국제문화교류회장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예술가는 죽어도 그가 남긴 작품은 영원하다는 뜻이다. 돌아보면 얼마나 위대한 문학작품이 우리 삶을 밝혀주는지 모른다. 그 중에 한국이 낳은 위대한 시인 윤동주를 빼 놓을 수가 없다. 그는 고작 19편의 시를 남겼지만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 됐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사랑받는 시인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다 친구 정병욱 때문이다. 현재 진월면 망덕리 22번지에 지방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는 그의 옛집과 그리고 그것을 감춰 보존한 정병욱의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그의 존재도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정병욱은 우리나라 국문학 분야의 거성이다. 그는 연희전문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던 중 5년 연상이며 2년 상급생인 윤동주를 만나 한 기숙사와 한 하숙에서 친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윤동주가 졸업을 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면서 틈틈이 썼던 시 19편을 모은 작은 시집을 3 벌 작성하여 한 벌은 자기 집에, 한 벌은 이양하 교수에게, 마지막 한 부는 정병욱에게 맡겼다. 윤동주는 민족정신이 투철하고 일본의 조국 강탈을 마음속 깊이 미워하고 시에도 그와 같은 것을 은근히 나타내곤 했다. 윤동주는 일제가 대학생을 학도병으로 징집하게 됨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참에 1943년 7월 14일 조선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2년 형을 선고받아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는데 조국해방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한편, 정병욱도 연전 재학 중 학도병으로 끌려 나가게 되자, 보관하고 있던 선배 윤동주의 시집을 광양 진월 망덕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드리면서 잘 감춰 두었다가 자기가 살아서 돌아오면 자기에게 주고, 만일 죽게 되면, 그리고 조국이 해방되면 그것을 이양하 교수에게 전달해 주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맡긴 시집을 처음엔 장롱 속에 숨겼다가 다시 안전하게 독에 넣어 구들장을 뜯고 땅속에 묻어 보존했다. 해방과 함께 학업을 계속하다가 정병욱은 어머니로부터 윤동주의 시집을 받아 1948년 1월 30일 정읍사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여 세상에 윤동주를 알렸다. 윤동주가 집에 보관하게 했던 것과 이양하 교수에게 맡겼던 것은 없어지고 오직 정교수의 어머니가 비장했던 것만이 남아서 세상 빛을 보게 되었으니, 그 공로가 얼마나 큰가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2005년에는 일본 내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윤동주시비건립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일본에서조차 이렇게 윤동주를 사랑하고 흠모하는 사람들이 시비건립과 같은 운동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겨우 그의 모교인 연대 구내의 기숙사 방 하나에 자료 몇 점을 전시하고 교정에 작은 시비 하나 세웠을 뿐이다. 우리 광양에서는 망덕 포구에 그의 시비를 하나 세우고, 그의 고택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는데, 보존 상태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필자는 하루 속히 망덕에 그를 기리는 기념관 건립을 제언한다. 왜냐하면 현재 윤동주와 정병욱은 세상을 떴으나, 그의 피붙이와 그를 아는 이들이 생존하고 있는 이 시점에 그들에 관한 증언을 수집하고, 자료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광양에 윤동주에 관한 모든 것(용정의 생가, 모교들, 심지어는 후쿠오카 형무소 등등)을 사진으로 담은 방대한 사진 자료를 작성한 사람이 있다. 광양이 낳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 이경모 선생의 수제자이며 국회 사진기자인 신윤식씨가 그렇다. 그는 금년 2월에 호주에 살고 있는 윤동주의 누이 윤혜원 (88세)여사와 그의 남편 오형범 옹을 만났다. 이 분들이 만주 용정에 가서 사비로 윤동주의 묘 앞에 비석도 세웠다. 망덕에서 정병욱의 고택을 보살피면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 교수의 당질인 박춘식로부터 정 교수의 동생 정병완(전 대학 교수) 씨가 안성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어 통화를 나눴다. 이들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힘을 합해 두 사람을 축으로 해서 용정에서 백두산을 거쳐 한반도의 등줄기가 되어 남북으로 뻗힌 백두대간을 세상에 부각시켜서, 망덕에 ‘윤동주-정병욱-백두대간 기념관’을 건립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것은 광양은 물론 한국의 큰 문화유산이 될 것이며, 관광 명소가 될 뿐 아니라 후세 교육을 위한 훌륭한 문화교육의 마당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 훌륭한 보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냥 잠자고 있다면 크나큰 직무유기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돼지에게 진주라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나 않는지 우리 모두가 성찰할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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