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종교가 미쳤다. 아니, 기독교가 미쳤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기독교가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 맛을 들이고 말았다.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기독교의 기복주의와 배타주의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내가 믿는 종교만이 절대라고 고집하는 그 유아기적인 형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그런 억지와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좁은 내 시각에서 볼 때 신앙의 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진정한 신앙은 원수까지 사랑할 때 가능한 법인데, 타 종교를 배척하는 것을 볼 때 이미 그들은 또 다른 모순에 빠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내가 믿는 신만이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정신은 네 살 수준에서 멈추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유아기 때는 자기 아버지가 가장 힘이 세고 가장 돈이 많고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아이가 10대 초반만 되어도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때부터는 힘의 관계가 아닌 인격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힘의 관계에서 인격적인 관계로 전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한국의 대형교회는 여전히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진리는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닌데, 일단 세력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밀어붙인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표를 의식해 머릿수가 많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늬만 신자일 뿐, 속은 전혀 아닌 계산적인 신자들이 너무 많다. 필자도 명색이 목사라고 불리지만 어디 가서 목사라고 말하기가 너무 창피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요즘 교회는 성도들의 수준을 유아기적인 상태로 묶어 두려고 온갖 술수를 다 부리고 있다. 성경은 만인을 위한 책임에 불구하고 자기 교회의 교리와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사들이 주장하는 성서해석은 하나같이 아전인수격이며 이현령비현령식이다. 아마 천국이 있다면 길목마다 각 교파를 상징하는 문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오늘 내일에 일어난 현상은 아니지만, 이제는 성도들이 교회를 지키고 성서를 지키는 데 앞장을 서야 할 때다. 성직자였던 루터가 첫 번째 종교개혁에 앞장섰다면 제 2의 종교 개혁은 성직자가 아닌 성도들이 앞장서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이렇게 오분사열하면서 권력 속으로 빠지게 된 것도 성도들의 책임이 크다. 맹목적이고도 무조건적인 믿음이 결국은 오늘의 한국교회와 목사들을 이모양 이지경으로 내몰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성도들은 본인들이 바치는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고, 목사의 설교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드려서도 안 된다. 어느 조직이 됐건 건전한 비판 기능이 살아 있어야 깨끗한 조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 있어서도 대형교회 목사들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앞장 선 것을 보면 한국 교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제 목사들은 거룩한 설교 대신 거북한 횡포를 부리고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평신도들 머리가 깨어나고 손발이 깨어나는 것밖에 없다.
성도들은 더 이상 영혼의 식물인간들이 아니다. 어쩌면 예수와 부처는 성전에 앉아 한가하게 염불이나 외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들의 욕망을 성취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7개월째 고공 크레인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씨와 함께 동고동락 하고 있을지 모른다. 참된 종교라면 적어도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부자들을 위한 종교, 부자들을 위한 예수와 부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참된 종교는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팔수가 아니라, 연약한 마지막 한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비록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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