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수입은 그대로이거나 후퇴하는 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해지고 있다. 한 때 내 집을 장만하기 좋다는 말을 듣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말로만 듣던 하우스 푸어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 보다 그냥 전세에 살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세값 때문에 마음 졸이느니 집을 장만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렇게 했는데,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더더욱 웃긴 것은 대출 조건을 갑자기 까다롭게 규제하는 바람에 겨우 돌려 막기로 버티던 사람들이 벼랑끝에 몰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통계청이 이런 발표를 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들의 지난 2분기 월평균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구소득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득기준 하위 20% 가구의 이자비용은 40.8%나 증가한 것이다. 결국 소득이 낮은 가정일수록 이자 부담은 훨씬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부채를 보면 올 2분기 876조267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수치로 확인하기 어려운 전세 보증금과 사금융을 통한 부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가계부채 규모는 우리나라 한해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빚을 지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오죽했으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을 향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라고 당부까지 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대출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계형이라는 점이다.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그 많은 부채가 해결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것은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노력해야 하고, 전세금 횡포를 막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올 연말에는 나라 빚이 900조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남의집 불구경하듯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정부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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