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정 식 한국관세학회부회장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란 탓인지 흙에 대한 향수가 깊어서 3년 전 광양에서 유명한 백운산이 보이는 옥룡에 조그만 밭을 마련하였다. 틈틈이 논농사와 배추 농사도 지어 보았고, 돼지, 토끼, 닭 등을 키웠던 추억이 살아 있기 때문인지 밭을 가꾸는 일은 매우 즐거웠다. 나는 그 밭에 감나무를 비롯하여 대추, 자두, 사과, 앵두, 무화과, 모과, 체리, 살구, 키위, 매실, 복숭아, 포도, 석류, 배, 보리수 등의 과일나무와 오가피와 헛개나무, 두릅 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감나무는 일 년에 일곱 번 이상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도중에 낙과하여 결실을 맺기 어려워서인지 농민들이 기피하는 작물 중에 하나다. 감나무는 농약을 6월부터 7월 초순까지 모두 세 번 치는데, 농약 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러나 뜨거운 햇살과 여름 태풍에도 단단하게 여물어 단맛이 가득 배인 감을 지인들에게 보내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감나무 대신 밤나무를 심으면 매년 농협에서 수매하여 가고 농약도 시에서 비행기로 공중살포를 해주기 때문에 편하긴 하지만 감나무를 가꾸는 즐거움과 바꾸기는 싫다.
앵두는 작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는데 올해에는 제법 많이 열려 한 광주리를 따서 사무실로 가져갔더니 직원들이 모두 좋아했다. 석류는 큰 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큼직한 석류의 빨갛고 노란 빛깔은 너무나 영롱하고 찬란하여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는 ‘미인은 석류를 좋아해’ 라는 광고 카피 때문에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석류에는 에스트로겐이 들어있어 노화방지와 활기찬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제일의 경제 과수목이 되었다. 나도 올해는 비어 있는 곳에 석류나무를 좀 많이 심었다. 과수목들은 1년이면 몰라보게 자라는데, 크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 자식이 크는 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고 기쁘다. 특히 헛개나무는 2년 만에 내 키를 두 배 이상 자라서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나무를 가꾸기 위해 묘목을 사다가 심는 것은 간단한데, 가꾸는 것은 더 어렵다. 주위에 잡풀이 하도 억세기 때문에 낫으로 풀을 베는 일도 쉽지 않고 서너 차례 풀을 베어 내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땀 흘린 뒤 찾아오는 상쾌함은 뭐라고 형언할 수 수 없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요즘 내 인생에 있어 나무를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만 나면 나무와 함께 하는데 그런 순간들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세상의 미움과 다툼, 갈등을 해소하고 천진하고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화시켜 주는 나무 가꾸는 작업은 나름대로 근력운동도 되기 때문에 4년째 계속하는 수영과 함께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모든 세상사가 노력하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무들과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한다. 나무를 키우고 돌본다는 것은 다시 말해 내 자신을 돌보고 키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자기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나 나무를 심고 키울 것을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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